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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유화와 가족계획의 부산물 피임약은 유해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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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족계획과 성의 자유화물결을 타고 전세계 여성에게 널리 보급, 사용되어오던 먹는 피임약이 그 부작용의 논란이 있자 사용자가 줄어들고 있다. 피임약의 유해여부를 다각적으로 연구 조사해오던 미국은 지난 1월 상원에서 피임약 청문회를 열고 피임약이 치명적인 영향을 포함한 20여 가지의 부작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한 논의결과 미국 식품의약성 장관 찰즈·C·에드워드씨는 『피임약과 함께 부작용의 위험가능성을 알리는 평이한 문구의 전단을 넣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도 지난 6일 먹는 피임약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암 유발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에 관한 공식태도를 밝힌바 있다.
피임약이 암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최근 전문가들에 의해 별로 신빙성 없는 이론으로 취급받고 있다. 피임약의 암 유발성분 함유여부는 동물실험을 통해 연구됐는데 동물실험의 경우 인간이 먹는 양의 몇 십배의 분량을 투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초기의 피임약은 난포 호르몬 함유량의 과다로 부작용이 심했으나 요즘의 피임약은 난포 호르몬의 함유량을 10분의 1로 줄여 초기와 같은 부작용은 없다고 한다.
미국 식품의약성, 세계인구협회, 미국산부인과학회, 영국 약물안전협회 등 관계당국들은 먹는 피임약이 암을 일으킬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지금까지 발표된 피임약부작용에 대한 보고를 종합해보면 혈관장애, 뇌졸중(중남), 시력장애, 불임증이 대표적인 것이다. 한국여성에게서는 거의 문제되지 않으나 세계적으로 10만명당 3명의 희생자를 내고 있는 혈전증은 피임약이 일으키는 가장 심한 부작용이다. 이는 난포 호르몬이 혈액응고를 증가시켜 혈액 안에 핏덩이를 만드는 증세다.
피임약 부작용의 초기증세는 복용 후 3개월 전후에 나타나는 구토, 메시꺼움, 가슴 뛰는 증세가 있는데 이는 여성호르몬에 의한 가임신의 징후일 뿐 문제시 할 필요는 없다. 현재 전세계의 피임약 복용여성은 2천만명 정도인데 미국이 9백만, 한국은 40만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피임약사용자의 18%인 1백70만명이 피임약 유해론에 영향을 받아 사용을 중단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피임약 이외의 피임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다른 방법들은 피임약만큼 정확하지 못하므로 앞으로 수개월 안에 원치 않는 아기를 임신하는 횟수는 10만회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피임약의 부작용이 문제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먹기 전과 도중에 전문의의 진찰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보사부는 가족계획 실행에 있어 철저한 진찰 후에 피임약을 투여하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부작용 노이로제에 걸릴 필요는 없다. 보는 것, 듣는 것, 냄새맡는 것, 먹는 것, 만지는 것, 거리를 걷는 것 등 모든 일에는 위험가능성이 있게 마련이다. [김민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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