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순교자」에의 기대|이유선<대사번역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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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미작가 김은국씨의 「베스트·셀러」『순교자』가 미국인「제임즈·웨이드」씨에 의해「오페라」화 되어 오는 8, 9일 서울 시민회관에서 상연된다.
6·25동란 속에서 빚어진 신과 신앙 문제를 파헤친 원작을 「오페라」화한 (작곡자의 영문 대본을 필자가 한국어로 번역) 이 작품은 원작자 김은국씨의 양해는 물론, 훌륭하다는 찬사까지 받아 「웨이드」씨는 더욱 용기를 얻었다.(이「오페라」의 서곡은 수년 전 김은국씨가 내한했을 때 시민회관에서 연주된바 있다).
「오페라」『나비부인』이「이탈리아」작곡가「푸치니」에 의해 일본의 풍습과 여러 모를 세계 만방에 소개한 점으로 보아서「푸치니」가 일본에 큰 공적을 끼친 셈이고 보면 이번 『순교자』가「웨이드」씨로 인해서 우리가 혜택을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되는데 일본의 천박한「게이샤」의「러브·스토리」보다 차원 높은 문제를 제시하는 「오페라」『순교자』의 앞날이 주목된다.
벌써 미국 어느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기색이 보이고 있다는 말은 우리에게 흐뭇하고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첫선을 보이는 『순교자』는 현대적 감각을 의식적으로 나타내는 화성과「리듬」을 구사한 것이어서 다소나마 귀에 생소하게 들릴는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이러한 작풍에 익숙해 질 날이 있게 될 시발점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한층 의의가 깊다.
파괴된 평양 교회당에서 흘러나오는 대 합창은 영원불멸한 신의 위엄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이 「오페라」의 절정을 이루는 부분이며, 동란을 체험한 우리로서는 어떤 실감 속에 휘말려 자기를 잊고 「오페라」속에 말려들 것이다.
작곡자「웨이드」씨는 『나비부인』에 지지 않는, 즉 한국의 미와 좋은 점을 충분히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오페라」를 작곡하겠다는 의욕에서 이 작품을 가다듬었다.
이 「오페라」를 위해서 오랜만에 내한한「데이비드·샤피로」씨의 지휘 아래 한국 「오페라」계「베테랑」들의「캐스트」출연은「팬」들과 「오페라」관계자들에게 큰 관심과 기대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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