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제로 범인 잡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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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느닷없이 JAL기 사건 해결을 떠맡게 된 관계부처는 사건자체가 까다로운데다 처음 겪는 일이어서 적잖이 조심성을 보였다.
문공부 쪽에서는 정부 방침에 관해 공식·비공식 논평을 않다가 불시착 20시간 뒤에야 「인도적 원칙」에 따라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는 견해를 비쳤다.
한편 김정태 아주 국장은 김포공항에 나가 1일 새벽 내한한 일본 정부관계자들과 대책을 협의했으며 동북아과 직원들은 조약집을 쌓아놓고 밤 새워 해결방안을 짰으나『뚜렷한 기준이 없어 시간을 버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여야 협상을 마무리 짓고있는 여야 당 간부들은 협상얘기에 못지 않게 JAL기 납북사건에도 관심을 집중했다.
협상결과를 양해하기 위해 모인 1일 아침의 신민당 정무회의에서 정성태·김홍일 의원 같은 이는『마취제를 써서라도 범인들을 잡아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내 놓았고, 유진산 당수는『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논평.
31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정부·여당 간부 연석회의에서도 수시로 사건의 추이를 보고 받았는데 오치성 공화당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도 대 북괴 유화책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한마디.
○…신민당은 여야협상에 대한 당론 조정에 꼬박 하루를 보냈지만 결론은 미지근하다.
31일 열린 정무회의는 정해영 총무로부터 막후교섭의 합의내용을 보고 받고 4시간의 찬·반 토론 끝에 6인 소위로 넘겨졌고.... 이 저녁 정 총무 댁에서 열린 6인 소위는 6시간동안 선거제도 개혁안 하나 하나를 검토했는데 논란의 초점은 대통령, 국회의원의 중복선거.
『중복선거는 여당의 힘의 집중으로 야당에 오히려 분리하다』는 견해가 다수여서 이를 철회하자는 얘기가 있었으나 1일 정무회의는 이 문제를 더 검토하기로 했다. 또 1일 다시 열린 이 정무회의에서 윤제술 국회 부의장은『여당의 김진만 총무가 개인자격으로 법안에 서명한다니 여야 합의사항 이라고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들고 나오고 양일동, 홍익표, 박병배, 윤길중씨 등도 윤씨 주장에 동조하여 『김 총무와 공화당 총재인 박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표자격임을 다짐받아 온 뒤 재론키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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