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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꽃꽂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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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가를 어떻게 생활하는가 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가 되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이르렀다. 고대에는 그 나라의 지도자가 어떻게 「레저」를 보냈는가에 따라 문명의 질이 달랐었다. 이제는 한 가정의 주부가 그들의 여가를 어떻게 생활하는가에 따라 가정의 전통과 나라의 문화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여성들은 어떻게 여가를 생활하고 또 해야 할 것인가, 그 현황과 방향을 찾아본다.
여인과 꽃-.「아름다움」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이들이 벗하여 온 미의 역사는 길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그 마음과 함께 한묶음 받고 싶었던 소망에서 반가운 손님에게 주부의 고운 마음을 살짝 보여 주고 싶었던 욕망으로, 그리고 여유와 달관의 경지에서 「미」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여인들은 꽃을 원하고 가꾸어 왔다. 꽃꽂이의 시초는 불교에서 부처님께 꽃을 바치는 공화(공화)에서 찾는다. 오늘날 꽃꽂이의 「본고장」이라고 알려진 일본에서는 오히려 그 시초를 신라로 삼고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문방구 (선비의 방에 두는 물건)의 일부로 꽃을 꺾어 물에 담가두고 그를 감상하는 여유를 가졌었고 기교와 5백년이라는 굳은 전통으로 하나의 아류를 형성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대로의 은은한 멋을 지녀 내려 왔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꽃꽂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에 파고들기는 약 15년 전부터이다. 「꽃꽂이]라는 말도 김인순(연미회 회장)씨가 한국선 처음으로 (57년)전시회를 열면서 김말봉씨와 같이 지어낸 말이다.
『꽃을 꽂을 때도 즐겁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야 예쁘다」면서 그 앞에서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흐뭇한지 몰라요. 』꽃을 즐겨 10년째 꽃꽂이를 해왔다는 한 주부의 말이다.
살아있는 아름다운 생명을 옮겨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꽃꽂이는 바로 마음을 심는 작업이다. 돈 있는 여자들의 심심풀이로 오해되어선 안되겠다고 꽃꽂이 연구가 김인치씨는 강조한다.
꽃꽂이라면 우선 「엄청난 여유」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문제는 「자세」일뿐 사치로 생각해선 안된다. 아름다운 주변을 만들고 싶은 마음-돈과 시간이라기 보다는 노력과 미적 「센스」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 생활 속에 「미」를 심겠다는 요구는 하나의 「붐」으로서 꽃꽂이 강습소가 곳곳에 섰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3개월의 기초 훈련을 권장하고 있다.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강습소에서 기술적인 훈련을 받는 것도 좋겠다. 현재 서울에만 15개의 연구소가 있어 1천 5백여명의 여성들이 꽃꽂이를 배우고 있다. 한달 수강료는 3천원 정도. 재료는 자기가 따로 사야 한다.
조그만 뚝배기에 국화 몇 송이를 꽂아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요령을 알아두자. 전문가가 아닌 집안에서의 꽂꽂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어떤 것일까.

<재료의 선택>
▲꽃그릇=꼭 꽃병이 아니라도 좋다. 부업에서 흔히 쓰는 그릇이라도 그때그때 놓을 장소와 꽃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꽃=꽃꽂이는 생명있는 자연이 주제이다. 시들고 병든 꽃을 써서는 그 본래의 뜻을 찾을 수 없다. 마른 꽃을 쓸 수 있는 있어도 시들지 않게 해야겠다.

<꽂는 요령>
무엇보다 꽃을 살게 해야한다.
자르기에서부터 균형을 잡아 고정시키고 꽂을 때까지 물속에서 하도록. 『꽃의 환갑은 1주일』이라는 말이 있다. 꽃이 오래가도록 하는 방법은 줄기에 공기가 안들어 가게 하는것-즉 물속에서 자른다.

<도구들>
▲침봉=연판에 바늘을 심은 것으로 꽃을 고정시킨다. 바늘이 뻑뻑할수록 좋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50원∼6백원. ▲꽃가위=바느질 가위보다 날이 짧다. 끝이 너무 날카로우면 좋지 않다. 약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좋다. 2백원∼6백원까지. ▲철사·고무 「밴드」=역시 꽃을 고정시켜 모으는데 쓰인다. 철사는 28∼30번 정도면 된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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