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되기 전부터 수백억 재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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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부터 97년까지 17년 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한 민정기(71·사진) 전 대통령 비서관. 그가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본지에 전해왔다. 그는 A4 용지 일곱 장 분량의 자료에서 “전 전 대통령 가족은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재산이 많았다”며 “전 전 대통령이 기업체에서 정치자금·통치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을 빼돌려 자녀들에게 증여·상속했다는 의심은 억측”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

 -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근황은.

 “전 전 대통령은 고령 탓인지 간간이 기억력·집중력이 감퇴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 내외는 힘들어하면서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은 지친 듯하다. 그들은 세상과 싸울 생각도, 힘도 없다. 과연 이 일에 검찰의 명예와 운명을 걸어야 하는가. 가족들은 얼마라도 모아 미납 추징금을 대납해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권유·강박을 받는다. 하지만 대책이 없다. 왜 그런지는 검찰 조사로 밝혀질 것이다.”

 - 전 전 대통령 가족은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부자였나.

 “전 전 대통령은 신혼 초 8년간 처가살이를 했다. 장인(이규동)이 재산을 관리하고 불려줬다. 이순자 여사도 미용사 자격을 따고 편물(編物)을 배워 부업을 했다. 경기도 오산과 서초동 땅 등은 60~70년대 장인이 자신 명의 등으로 취득한 재산이다. 이후 80~90년대 증여·상속 절차를 거쳤다. 지금 가치로 최소 수백억원이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이전에 조성한 재산이다. 정치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현재 사업을 하는 처남(이창석)·자녀들의 자산 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 전 대통령은 아는 바가 없다.”

 - 10·26 직후 청와대 비서실에서 나온 9억5000만원은.

 “당시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전두환)가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의 방 금고 안에서 9억5000만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을 발견했다. 합수부는 돈에 일절 손대지 않았다. 권숙정 비서실장 보좌관이 샘소나이트 서류 가방에 넣어 전액을 박근혜씨에게 전달했다. 박근혜씨는 ‘10·26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전 전 대통령에게 3억5000만원을 건넸다. 그런데 검찰은 96년 전 전 대통령이 그 돈을 임의로 썼고, 박근혜씨도 마치 합수부로부터 깨끗하지 못한 돈을 받은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게 발표했다.”

 - 추징금을 미납하며 골프를 치러 다니는 데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 1인당 국민총생산(GNP) 2만 달러 시대에 골프는 부유층만의 운동이 아니다. 프로야구장을 찾는 사람들보다 골프 인구가 더 많다. 2만 달러 시대를 만드는 데 공헌한 전직 대통령이 초청받아 골프 좀 치는 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인가. ”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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