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확정판결 때 전두환 2200억대 갖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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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82) 전 대통령이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2205억원의 추징금 확정판결을 받을 당시 추징금에 상당하는 규모의 돈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95~96년 전 전 대통령 뇌물수수 부분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 관계자에게서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6일 “전두환씨가 재임 중 거둬들인 돈은 파악된 것만 4000억원이 넘었다. ‘통치자금’으로 썼다는 전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남아 있던 2205억원만 뇌물죄로 기소했고, 이 액수대로 추징금이 선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정당 운영비와 대선자금 등으로 썼다는 돈은 이미 공소사실에서 제외했고, 기소된 2205억원은 그대로 전씨가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부분의 돈을 통치자금으로 써버려 97년 당시엔 남은 돈이 없었다”는 전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 측 정주교(55) 변호사는 지난 5일 특별수사본부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그는 신청서에서 “검찰도 전 전 대통령이 확정판결 직후 낸 추징금 320억원을 제외하면 가진 돈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돈을 줬다는 대기업 총수 주장을 전 전 대통령이 시인하면서 뇌물 2205억원이 인정됐을 뿐, 검찰은 돈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수사기록으로 이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전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현직 검찰 간부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간부는 “당시 2205억원에 대한 추적은 상당 부분 진행됐다. 심지어 1t 트럭 분량의 수사기록도 당시 전씨 측 변호인이 가져갔다”며 “수사가 얼마나 진행됐었는지 모르는 전씨 측이 여론을 바꿔보려고 ‘쇼’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지검장으로 특별수사본부를 지휘했던 최환(70) 변호사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징금 2205억원은 모두 전씨가 갖고 있었고, 처분할 수 있었던 돈”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대법원이 전씨에게 추징을 선고한 것도 그가 이 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만약 다른 사람에게 줬거나 써버렸다면 최종 수익자에게 추징을 해야지 왜 전씨에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변호사는 “대법원 확정판결 후 2차 수사를 진행했다면 전액 추징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전씨의 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추징금을 환수하기도 전에 전씨를 사면·복권시킨 것이 현재 논란의 불씨”라고 지적했다. 이어 “쉽지 않겠지만 당시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전씨 소유의 무기명 채권과 부동산을) 사간 사람을 추적하면 지금의 환수팀도 자금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재국 페이퍼컴퍼니 관계자 조사=검찰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 전 아태총괄본부장 김모씨를 지난 주말께 불러 조사했다. 이 은행은 2004년 전 전 대통령 장남 재국(54)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블루아도니스’를 설립하도록 도와주고, 170만 달러가량의 계좌를 개설해 준 곳이다. 재국씨는 계좌 개설 후 수년에 걸쳐 이 돈을 인출한 뒤 홍콩의 갤러리와 미술품 판매상에게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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