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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성악가 「브라우어」|조상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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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작년 9월 「베를린」에 1주일 머무르는 동안 독일음악의 온상이며 음악교육의 명문인 「베를린」국립음악학교를 방문한 것은 매우 뜻 있는 일이었다. 특히 그곳 성악과 및「오페라」과의 교수이며 「궁정가수」의 칭호를 가진 「브라우어」교수를 만나게 된 것은 나의 큰 기쁨이었다. 「소프라노」채리숙씨가 「브라우어」 교수께 사사하고 있는 관계로 같이 만나서 여러가지 얘기를 주고받는 동안 이번 봄 한국에 와서 독창회를 가질 계획이 있음을 알려주면서 한국악계에 대하여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약 1시간동안의 대담을 통해 또 3, 4일 후「브라우어」 교수댁에 초대되어 다과를 같이 나누는 동안 온화한 성품과 맑고 부드러운 음성에 은근히 마음이 끌렸다. 채 여사는「브라우어」 교수가 인자한 아버지 같은 분이며 자기가 구미 각 국에서 배워본 교수중에 배울점이 가장 많은 분이라고 극구 칭찬하였다. 마침 며칠 후 「브라우어」 교수의 독창회가 있어서 채 여사와 「피아니스트」 김형주씨 등 한국인 몇 사람이 몰려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의 연가곡을 들을 수가 있었다.
20곡을 두번에 나누어 노래부르는 동안 나는 몇 년 전 내 자신의 독창회에서 이 가곡을 불렀을 때를 되새겨 가면서 남모를 흥분으로 감명 깊게 음미할 수 있어 내 기억속에 아직도 새롭다. 「브라우어」 교수가 각국에서 독창회를 통해 얻은 평과 같이 아직도 맑고 아름다운 음성과 노련한 창법은 온후한 그의 체취와 더불어 이름 그대로 감미로운 「리릭·바리톤」 가수였음을 기억한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수베르트」 와 독창자와 듣는 나와의 사이를 따스한 「휴매니티」로 감싸주는 것만 같았다. 노래라 함은 결코 소리만도 아니며 시와 가락만도 아닌 인간의 영이 담겨진 마음의 음성을 매개로 해서 빚어지는 하나의 아름다운 철학이라고 다시 한번 느껴보았다.
별빛이 유달리 청명하던 그날 밤 나는 그전에 미처 못 느껴 보았던 음악에 대한 애착과 음악하는 사람만이 맛 볼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브라우어」 교수는 『「괴테」의 시가 「슈베르트」 와 「볼프」에 끼친 영향』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45년 대전이후 동 「베를린·오페라」의 전속으로 활약하다가 48년에 다시 지금의 서 「베를린」, 즉 독일 「오페라」로 옮겨 많은 활약을 하면서 세계 여러 도시의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했고 또 독창회를 가진바있다.
58년 이후 현재까지 「베를린」 국립음악대학 교수로서 후진 양성에 진력하면서 미국·불·이·북아·일본·중동·남미 등 여러나라에서 많은 독창회와 「세미나」등을 통해 성악교수로서 활약이 크다 하겠다.
음반도 많이 있지만 그의 「래퍼터리」 를 살펴보면 「파파게노」 「알마비바 백작」 「구리엘모」「말라테스타」 「마르첼로」 「샤프레스」 「실비오」 「제르몬」 「포자」 「루나」 「하르레킨」 (「리하르트·슈트라우스」의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오리비에」 (카프리치오) 「카르디락」 (힌데미트)등 광범위한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지금은 연주가로서보다는 교육가로서의 위치를 보다 높이 평가받고 있는 터이지만 이러한 「브라우어」 교수가 우리나라를 찾아온다는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라 하겠다.
특히 3주일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각 음악대학에서의 공개 「레슨」과 개인교수를 통한 교육가로서의 기대도 자못 크다하겠다.
한국 음단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연주가·연주단체의 내한 초청공연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작곡·연주·교육 등의 부문에서 장기간 이 나라에 머무르면서 세계 무대로 향하는 음악가의 배출을 실질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음악교육가의 초청이야말로 절실히 요구됨을 아울러 강조하며 세계정상의 성악교수인 「브라우어」 교수의 내한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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