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지역 비하하는 악성 댓글은 공공의 적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없어선 안 될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다만 그러한 자유가 특정 집단을 매도할 권리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그제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가 동서 화합과 국민 대통합을 가로막는 악의적 인터넷 댓글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지난 6월 초 검찰 고소 후 주춤하던 ‘광주를 향한 모욕과 비방’이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댓글 공작 공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광주 유치 과정에서 불거진 서류 조작 사건과 관련해 광주시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댓글이 매일 수천 개씩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단체가 지적한 대로 국제대회 유치 과정에서의 서류 조작은 검찰 수사를 통해 그 진상이 가려질 것으로 본다. 위법에 대해선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유치 과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했을 광주시민들과 결부 지을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런 문제를 갖고 전라도와 광주시민, 나아가 대회 유치와 무관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입에 담기 힘든 댓글로 비방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감정을 덧내고 바른 곳에 쓰여야 할 국가적 에너지를 축낼 뿐이다. 아무리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는 사이버 공간이라고 해도 혐오 발언으로 특정 지역에 낙인을 찍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것은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역감정은 한국 사회 전체가 맞서야 할 괴물이다. 이 공공의 적을 극복하고 청산할 책임은 정부와 시민 모두에게 있다. 5·18과 6월 민주항쟁의 피와 땀으로 얻은 표현의 자유로 자신과 다른 이들을 차별하고 모욕하는 건 부끄러운 짓이란 각성이 시급하다. 인터넷 속에 몸을 숨긴 채 지역 갈등을 부추기며 킥킥대는 자는 공론의 장(場)에 나설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