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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이동공제병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일 서봉균 농협중앙회장은 76년도까지 전국 1천5백개의 이동조합 농협공제 후생병원을 연차적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올해에는 6월1일부터 1백40개 면소재지를 선정, 의료시설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어촌의 의료시설을 보면, 68년말 현재로 전국의 유의면은 3백6개, 공의배치촌은 5백88개, 무의면은 5백73개나 된다.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고 앞날에 있을 사회보장제도의 기반을 조성하고 나아가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지역적, 질적으로 의료시혜를 평준화할 것이라 하나 2차 5개년 계획 기간 중에도 이의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무의촌 일소정책이 벽에 부딪치자 농협이 농민을 위하여 공제사업의 일환으로서 농촌의료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은 농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농협이 보사부의 무의촌 일소의 대역을 맡고 나서는 경우 과연 수익성이 있을 것인지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농협은 그 동안 여러 가지 공제사업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 같으나 그 이익이 농민들에게 어느 정도 재분배의 혜택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농협이 그 관료성 때문에 농민들에게서 상당한 원성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을 잘 알고있는 농협중앙회로서는 농민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벌이고, 농민들을 위한 수익성사업에 치중하여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여야 할 것이다. 농민들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없기 때문에 그 동안 정부의 정책입안에 대하여 압력을 가할 수 없어서 직능별로 보아서도 가장 푸대접받고 있는 계층에 속하고, 농민들의 희생 위에 다른 계층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들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농협조차도 마치 정부의 출장기관과 같이되어 농민들을 반강제적으로 공제조합에 가입시키고 있는데 이들 공제조합 가입자에게 혜택에 돌아가도록 이익금을 가입자에게 재분배하는 등 모든 시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사회보장 업무를 대신하려고 한다면, 이는 모순당착도 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농협이 현재 벌이고 있는 생명공제나 건강공제의 이익금은 이를 가입자에게 재분배하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농협이 정부에 대신하여 무의촌에 1면당 1백만원 정도의 의료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도 그 의사는 보사부의 공의를 배치 받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5·16후 무의촌에서 1천18명의 공의를 배치한 정부가 공의들에게 만족할만한 수당을 줄 수 없어 68년에는 5백88명으로 줄어들었는데 농협의 이익금으로써 그 많은 공의의 보수를 지급할 수 있을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농협은 무의촌 일소라는 정부의 업무를 대항하지 말고, 정부의 무의촌 일소를 적극 권장하고 돕는 방향에서 그 지원을 하여야만 할 것이다.
또 농협은 비료 대금의 수납이나 기타 금전계정에 있어서 이동조합장 명의로만 하고 있는 것을 지양하고 모두 개인 구좌를 만들어 보다 정확한 여신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요, 현재 말썽이 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이동 조합장을 경유하는 체제는 지양되어야만 할 것이다.
정부는 무의촌 일소사업이나 농민 복지증진 사업을 농민들의 자조정신의 발로인 공제조합에 기대서 할 것이 아니요, 보다 적극적인 농민 보호정책을 써서 어질고도 호소할 길 없는 농민들에게도 도시민과 같은 의료보장의 혜택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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