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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강행군 … "분단현실 온몸으로 느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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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DMZ평화대장정’에 참가한 대학생 원정대원들이 3일 강원도 화천군 평화의 댐에서 열린 평화콘서트 음악회에 참석해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화천=김성룡 기자]

지난 3일 오후 8시 안개가 그윽한 강원도 화천 백운산 자락. 해발 270m에 위치한 평화의 댐에서 정전 60주년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한국종합예술원 채미영(44) 교수가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자 음악회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산중 음악회의 관객은 산악인 엄홍길(53)씨를 대장으로 한 ‘2013 DMZ 평화대장정’ 대학생 원정대 130여 명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발대식을 하고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로 이동해 거기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10일 최종 목적지인 파주 임진각까지 행군해야 하는 원정대에겐 음악회가 7일 만의 첫 휴식시간이었다.

 출발 이후 150㎞를 걷는 강행군 중에서 양주의 을지전망대에 오른 6일차 일정은 가장 큰 고비였다. 경사가 20도를 넘는 길을 걸으며 해발 1049m에 위치한 전망대에 올랐다. 을지전망대는 북한 초소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펀치볼’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험난했던 탓인지 5~6명은 대열에서 빠졌다. 여대생 이혜리(20·가톨릭대)씨는 “뒤처진 동료가 나오면 서로 손목을 묶고 산을 올랐다”며 “분단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엄 대장은 “비무장지대를 걸으며 대학생 대원들이 휴전 현실을 몸으로 느끼더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정대는 앞으로 임진각까지 200㎞를 더 행군한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연천 필리핀군참전비를 거쳐서다. 대장정 마지막 날(10일)에는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참석하는 장애인 사이클 선수들도 합류한다.

 조창현(24·계명대)씨는 “‘힘들 때마다 ‘도전하지 않는 젊음은 낭비일 뿐이다’는 구호를 속으로 되뇐다. 반드시 완주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화천=정종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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