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암 치료용 탄소나노튜브, 62만 분의 1 값으로 생산 길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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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가 암치료에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전자소자로 쓰이는 물질. 하지만 특정 영역대 파장의 빛을 흡수·발산하는 성질이 있어 이를 이용한 암치료의 가능성이 연구돼 왔다. 문제는 생산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의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공정법을 개발해 암치료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

가천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김우재 교수 연구팀은 생체에 적합한 고순도의 탄소나노튜브를 저가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암 치료 방식은 독특하다. 이 물질이 흡수하는 빛의 영역은 900~1400㎚ 파장. 흥미로운 것은 이 영역대의 파장은 사람 몸속의 조직이나 물·피 등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의사는 몸속 암세포에 탄소나노튜브를 주입하고, 고유영역대의 빛을 쪼인다. 이렇게 하면 탄소나노튜브의 온도가 올라가 암덩어리만 태워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이런 방식을 이용해 쥐의 위암세포를 제거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진전이 없었다. 탄소나노튜브를 직접 몸속에 넣는 방법이 불편한 데다 생산 비용이 비싸기 때문. 지금까지는 탄소나노튜브를 스프링 모양인 DNA에 볼펜심처럼 꽂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비쌌다.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25만원에 이른다.

김우재 교수는 DNA 대신 다당류의 하나인 ‘덱스트란(Dextran)’을 사용했다. 덱스트란은 사탕수수의 사탕을 세균으로 분해해 만든다. 김 교수는 “1회 사용하는 데 40㎍(1㎍은 100만 분의 1g)이 사용되고, 생산비용이 1g당 1만원도 채 안 된다”고 말했다. 1개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0.4원에 불과하다. 기존 DNA 방식의 62만 분의 1 수준이다. 김 교수는 “DNA를 사용할 때와 같은 수준의 고순도 탄소나노튜브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암치료 상용화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화학회(RSC)에서 발간하는『Nanoscale』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의 가치를 인정받아 8월 7일자 『Nanoscale 』15호 표지논문(Front Cover Article)으로 선정됐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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