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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체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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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귤 같은 귤, 사과 같은 사과-. 어느 시인이 미국기행문 속에서 한말이다. 귤은 귤인데 제 맛이 아니며, 사과도 역시 그 맛이 아니더라는 객설이다.
귤 한알이 지중해의 훈풍 속에서 단맛을 들여 미국시민의 손에까지 이르려면 과연 얼마나 걸릴까. 몇 차례의 냉동에 시달리고 나면 그 맛이 변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귤뿐인가. 모든 과일, 모든 생선이 그럴 것이다.
혹은「캔」으로 혹은 「주스」로 처리되는 그 맛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매각의 근대화는 별로 달가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농어촌 개발공사는 「콜드·체인」(냉동 유통망) 을 확장, 멀지않아 농수산물을 여기서 처리할 계획을 새우고 있다. 생선은 물론이고, 귤이며 양파·밤(율) 까지도 이 혜택을 받을 것이다. 종래의 유통 과정으로 보면 시민의 입엔 좀처럼 신선한 생물들이 닿기 힘들다. 우선 귤은 한국이 산지이면서도 잠깐 사이에 철을 넘기면 시장에서 종적을 감춘다.
생선도 역시 원시적인 시설에 의존해서 겨우 부패나 막을 정도였다. 냉동 처리되지 않은 생선의 경우, 그 단백질은 무려 30나 파괴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콜드·체인」은 바람직한 시설인 것도 같다.
더구나 생선은 생산지와 소비시장 사이의 가격차가 무려 2배나 되는 것이 상례이다. 만일 「콜드·체인」으로 인해 유통과정의 복잡성을 제거할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혜택도 있음직 하다. 물론 이것은 운영자들의 정직을 믿을때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처럼 생산량과 가격이 민감하게 씨름을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과일이나 생선 같은 「선물」들은 생산량이 조금만 늘어도 금방 가격하락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반대의 현장에선 터무니 없이 값이 오른다. 이것은 생산후 처리가 원시적인 「패턴」일 때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연중 가격을 평균화 시킬 수 있는 길은 그 저장법에 있다. 미국의 과일 통조림이 겨울철이라고 급등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장은 다만 경제적인 산술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매각은 그 원시적인 향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고기 (육류)도 가공 처리된 것보다는 핏방울이 뚝뚝 맺히는 그 야수적인 상태에서 더 맛을 돋운다. 과일도 과원에서 먹는 맛이 한결 싱그럽고 향기도 높다. 선어의 경우도 배를 띄워 놓고 먹는 맛과 비길 것이 없다.
이제 근대화의 그늘은 매각에까지 뻗히는가. 물맛도, 공기도, 산수의 풍경도 모두 옛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식탁도 하루하루 달라져만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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