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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공회담의 재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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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중공 대사급회담이 20일 바르샤바에서 재개하게 되었다. 미-중공 대사급 회담은 1955년8월1일 제네바에서 제1차회담을 가진 이래 1958년9월15일부터 바르샤바로 이행되어 지난 15년동안 부정기적으로 개최되어 왔다.
회담의 성격은 적대관계에 있는 미-중공이 비공식으로 서로 대화를 해보자는 것으로서 과거 1백34차에 걸친 회담이 있었으나 쌍방의 관계개선에 그 어떤 성과도 가져오지 못했었다. 이번 1백35차 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새삼 놀라운 것이 아니며, 당장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주목되는 것은 1968년2월이래 장기간 중단되었던 회담이 부활되었다는 것을 비롯해서, 그동안 2년에 걸쳐 미-중공 관계를 에워싼 정세와 환경이 적지않게 변화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대중공정책에 있어서 지난날의『전면봉쇄 고립화정책』으로부터 이른바『고립없는 대결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공국경을 위협하는 북폭을 중지했고, 이른바 [괌·독트린]에 입각하여 주월미군의 단계적인 철수, 오끼나와의 반환, 대중공무역 완화, 대만해협에서의 소계 축소등 아시아 대륙으로부터 점차 군사력을 철수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한편 중공은 4년에 걸친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겪고 대내외적으로 안정을 보이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대소국경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미-중공 대사급 회담의 재개로 미-중공관계가 극적으로 전환할 전망은 보이지 않지만, 전기한 아시아정세의 변환과 연관해서 볼 때, 70년대의 다각적인 여러 정세에 대해 미치는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미-중공회담의 부활과 더불어 세계에는 그것이 아시아의 긴장완화를 촉진할 효과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지난날 미-소간의 격렬한 대립이 그들간의 빈번한 접촉과 더불어 평화공존의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을 상기하면, 그러한 기대는 반드시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 모-임체제의 중공노선을 볼 때 그러한 기대를 가진다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한낱 허황한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현 중공의 노선은 반미·반소를 기조로 자유국가와의 공존을 배격하고 있다. 중공은 전통적으로 [전략] 보다는 [전술]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그들 목적달성에 유효한 것이라면 전술적인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중공이 미-중공 대사급 회담에 응한 이유로서는 중-소 국경회담에서의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바라는 것과, 중공이 노리는 것은 그야말로 동상이몽격이라고 하겠다. 특히 미-중공 회담을 통해 중공은 종래 주장해 온 대만의 포기 및 미제7함대의 철수를 거듭 주장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물론 아시아 자유제국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중공과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미국이 지나친 대중공 유연정책을 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작년 8월 자유중국은 방문한 [로저즈] 미국무장관은 북평을 국제사회에 참여시키지 않으면 안된다고도 말하고, 지난11월 [닉슨]-사또우 회담에서는『그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었다. 그렇게 될 때 중공의 유엔가입이라는 것이 [시간문제]가 된다는 것도 결코 근거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것이 여타 자유국가, 예를 들면 이태리와 캐나다·일본등의 대중공 접근을 촉진하게 될 것은 물론, 미국이 현재 게양하고 있는 아시아의 비 미국화정책에 상승작용을 할 것도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자유중국은 물론, 한국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대할 것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대중공 정책이 아시아 각국과 어느 정도의 협력밑에 나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미국은 지나친 유화정책으로 오히려 아시아 자유국민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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