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공연보고 높은 수준에 놀라|「오페라」「나비부인」공연돕는 김산 주한일대사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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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관에 놓인 무쇠장식 강화반다지와 그위에 꽂아놓은 소담한 겨울 국화가 다정하게 느껴왔다. 「멕시코」산 대형색채접시, 그리고 고려자기가 적당히 자리잡은 응접실. 안내되어 자리에 앉기전 「가나야마·야스꼬」(김산수자)여사는 시원한 걸음걸이로 들어섰다. 약간씩 어긋난 덧니를 드러내고 잔잔하게 웃는 모습이라든가 곱살한 눈두덩이 아니면 일본여성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서구적인 풍모다. 「차콜그레이·니트·원피스」가 인품을 돋보이게한다.
「야스꼬」여사는 외교관의 아내로서 30여년간 외국에서 생활했다. 처음 부임한 곳이 「스위스」, 다음이 「이탈리아」 「필리핀」 미국. 그리고 「칠레」 「폴란드」대사를 거쳐 7번째로 온 곳이 한국이다.
『그저 마음뿐이지 크게 힘이 된것 같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될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위해서 「야스꼬」여사는 많은 관심과 협찬을 아끼지 않고있다.
『나비부인』은 김자경「오페라」단 제5회 공연(중앙일보주최) 「레퍼터리」로 오는 3월19일∼20일 서울시민회관에서 막을 올린다.
『개인과 개인끼리도 정확하게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데서 좋아질 수도 있고 싫어질수도 있지 않겠어요. 「유럽」에서 『나비부인』공연을 여러번 보았지만 그때마다 의상과 소도구 또는 일본의 풍속 등이 잘못 전해지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어요.』 「야스꼬」여사는 오랜 외국생활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것은 일본이 잘못 소개되고 있을 때였다고 말한다.
69년9월 김자경「오페라」단의 제4회 공연때 『토스카』를 보고 「야스코」여사는 한국의 「오페라」수준에 놀랐고 마침 다음 공연작품이 일본의 얘기를 담은 『나비부인』이라는 소식을 듣자 오랫동안 안타깝게 생각하던 숙제를 한국에서 풀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지난연말 휴가로 일본에 갔을때는 친구들에게 일본의상인 「기모노」를 한벌씩 부탁했고 일본 「롯데」제과를 찾아 의상비 20만원을 받았다.
전부터 친분이 있는 일본동보영화사 부사장에게 부탁해서 영화 『나비부인』「필름」도 빌어왔다.
1950년 「이탈리아」와 일본동보영화사가 합작한 것인데 「이탈리아」가수들이 노래를 맡았고, 모든 의상과 무대장치와 「매너」는 일본이 맡았기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나비부인』이었다는 것. 우선 이번 출연할 한국 「멤버」들에게 영화로서 바른 이해를 돕겠다는 것이다. 「야스꼬」여사는 1년동안 한국에서 사귄 여성들에게 『나비부인』공연을 돕는 방법을 의논했다.
처음에는 뜻을 이해하는 기업체를 찾을까했다. 한국부인들은 여성들의 힘으로 이뤄보자고 제의했다. 이동원씨부인 이경숙여사, 백두진씨부인 허숙자여사등 20여명의 동지가 모였다. 오는 19일하오 3시 가회동 일본대사관저로 자기실력대로의 「뜻」을 가지고 「야스꼬」여사가 주최한 「티·파티」에 참석한다.
이날은 마침 김자경「오페라」단의 창립 2주년을 맞는 날이며 우연의 일치라는 것.
『별로 내조하겠다고 노력한 점은 없었어요. 보통으로 살아왔죠.』
7남5녀, 12남매를 기르면서도 항상 격무에 피로한 부군을 위해서 조용히 쉴수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데 힘썼다는 「야스꼬」여사는 그런 것이 특별한 내조일수는 없을 것이라고 겸손한다.
일본명문교의 본산인 일고와 동대를 나온 청년외교관 김산정영씨는 일본여자대학부속 목백여고를 갓 나온 이웃집 처녀 「야스꼬」양과 자연스럽게 사랑할수 있었고 결혼후 30년동안 역시 자연스럽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기르는데 무슨 가훈같은 것은 없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자신의 능력을 펴고 행복을 누릴수 있는 것이 바른생활이라는 것을 말로보다 그런 심정으로 길렀을 뿐입니다.』
장녀와 2남은 결혼했고 나머지는 「밀라노」 「파리」 일본에서 공부중인데 열두살 막내가 부모와 함께 살고있다.
편모슬하에서 자라 외국에서 오랫동안 지냈기때문에 한국과 일본과의 국민감정같은 것은 별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야스꼬」여사는 어머니가 물려준 자기가 이곳에 와서 고려청자임을 알았을때 또, 일본과 꼭같은 생활풍습을 여기서 발견할때 다른 외국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친밀감을 한국에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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