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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넘치고 中企는 돈가뭄…자금 양극화 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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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형 우량기업은 현금이 남아도는 반면 중소기업은 돈줄이 마르는 자금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 상장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신용도가 낮은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서만 K사 등 3개사가 1차 부도를 냈다.

18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1~2월(2월은 17일까지 접수된 유가증권신고서 기준) 기업의 직접금융 자금조달 실적에 따르면 상장 기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3천5백여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9%가 줄었다.

등록 기업의 유상증자도 1천77억원으로 4.4% 줄었다. 회사채의 경우 상장 기업은 1조5천9백여억원으로 51.6%, 등록기업은 2천9백여억원으로 34.8%가 각각 감소했다. 수치로만 보면 상장 기업의 감소폭이 등록 기업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상장 기업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려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 등록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자금난은 훨씬 심각하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4백개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6월 말 현재 이들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25조9천억원으로 1998년 말의 20조7천억원에 비해 25%가 늘었다. 이처럼 현금이 두둑해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꺼리자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고 우량 채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코스닥 쪽에선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곤 돈줄이 말랐다.

동양증권 김종환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상증자를 하려는 코스닥기업이 거의 없다"며 "회사채 발행도 대부분의 기업이 이 기준(신용등급 BBB 이상)에 미달돼 발행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채시장에서 코스닥 기업의 어음할인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유통금리 정보업체 중앙인터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이 발행한 어음의 할인금리가 지난달보다 0.45%포인트 이상 오른 업체가 15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증권 최정일 연구원은 "코스닥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로 부도 기업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투자시 현금 보유비율 등을 살펴야 한다"며 "특히 이상 급등락 종목과 실적 부진 저가 종목은 매매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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