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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터시 부작용, 허구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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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과학 저널에 실린 한 논문이 파티에서 사용되는 마약인 엑스터시에 유해성이 없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제까지 알려진 부정적 효과는 허구에 불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영국 심리학 협회지인 '더 사이칼러지스트(The Psychologist)'의 기고문에서 3명의 연구자들은 엑스터시의 사용 효과에 관한 연구들을 비판했다. 이들 중 2명은 영국 리버풀 출신이며, 나머지 1명은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그간의 연구들은 레이브 파티나 나이트 클럽에 가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엑스터시 정제가 장기간에 걸쳐 뇌를 손상시키고 정신 이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해왔다.

그러나 이번 논문은 기존의 연구 결과들이 연구자들의 편견이 작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논문은 리버풀 대학의 존 콜과 해리스 섬놀 및 캘리포니아 소재 하버-UCLA 의료 센터의 찰스 그로브 등이 썼다.

콜은 인지신경과학 분야의 전문가이며, 섬놀은 정신약리학 박사 과정을 마친 연구자로 이 둘은 리버풀 대학 심리학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한 하버-UCLA 의료센터 아동ㆍ청소년 정신의학부 과장인 그로브는 아동 및 청소년의 우울증과 청소년 마약 복용에 관한 미국 최고의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이들은 기존 연구의 몇 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춰 비판을 제기했다.

  • 엑스터시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 성분인 세로토닌을 생산하는 뇌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콜과 섬놀 및 그로브는 변화가 일어날 때 퇴화되는 것은 뇌 세포 그 자체가 아니라 다시 자랄 수 있는 신경 섬유라고 주장했다.

  • 이들은 몇몇 연구들이 유용한 결과들만 보고하고, 부정적인 데이터는 무시해버려 엑스터시에 장기 효과가 없다고 할 만한 데이터를 축소해버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것은 엑스터시의 장기 효과에 관한 가설들이 언제나 타당할 수 없음을 의미하며, 엑스터시가 세로토닌 감소와 관련된 장기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쓰일 수도 있다"라고 썼다.

  • 이 논문은 기존의 연구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 참여자이거나, 대학 출신자라는 점을 들며 과연 이들이 전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은 "언론에 잘 알려진 엑스터시 복용에 따른 장기 효과의 특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겪게 될 반작용에 대한 우려를 확인하는데 이바지한 것은 아닌지 질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 논문에 따르면 동물 실험에서 종종 과도한 양의 화학적 엑스터시가 투입되는데, 엑스터시가 처방된 동물들에게서는 뇌 손상의 증상이 나타날 때조차 대개 행동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레이브 파티나 나이트 클럽에 정기적으로 가는 영국 젊은이의 90% 가량이 엑스터시를 복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 이들은 심리적 이상의 다수가 청소년기에 시작된다는 점과 엑스터시 이용자들이 때때로 다른 마약도 복용한다는 점, 그리고 보고된 증상들 중 일부는 밤새도록 자지 않고 춤을 추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 이들은 집단을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엑스터시의 사용과 이에 따른 이상들의 관계에는 명확한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이 논문에서 가장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것으로, 이들은 엑스터시의 장기 효과가 의사의 치료 방법에 의해 유발되는 의원성(醫原性) 효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연구자들과 언론이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하나의 가정'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엑스터시의 장기 효과가 의원성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논문은 또 다른 3명의 엑스터시 전문가들에 의해 논박됐다. 이들은 더 사이콜로지스트지에 기고문을 통해 엑스터시에 의한 증상이 허구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호주 호손 소재 스윈번 공대의 로드니 크로포트 특별 연구원은 "엑스터시가 손상을 유발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엑스터시의 효과는 결코 의원성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증거들로부터 도출한 결론이 절대 오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는 이 정도의 증거면 연구자들이 언론에 엑스터시를 '유해물질'이라고 말할 만하다고 여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영국 브라이튼 소재 서섹스 대학의 실험 심리학 교수인 마이클 모건은 엑스터시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면 충동적 행동이 나타나고 언어 기억을 손상시킨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증상들은 '특정한 자기 암시'에 의해 일어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엑스터시 사용자 표본이 그 밖의 다른 모든 부분들은 인지 손상을 입지 않은 채 선택적으로 신경정신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 받았고, 조작돼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중독 전문가인 동런던 대학의 앤디 패롯 교수도 "이 같은 결함들은 대단히 실제적인 것으로, 꾸민 것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라며 이 의견에 동조했다.

    이 논문은 1995년 엑스터시를 복용한 뒤 사망한 딸을 둔 폴 베츠에게도 비판받았다. 그의 딸의 사망으로 엑스터시는 영국에 유해한 약으로 알려지게 됐다.

    1993~1997년 사이, 영국에서는 엑스터시로 인해 72명이 사망했다.

    베츠는 이 논문을 경멸했다. 그의 딸인 리아 베츠는 18세 생일 때 엑스터시 1정을 복용한 후 사망했다. 이후 엑스터시의 작용으로 몸이 더워져 물을 너무 많이 마셨던 것이 사인(死因)으로 밝혀진 바 있다.

    1993~1997년 영국에서 72명이 엑스터시로 인해 사망했다.
    베츠는 영국의 P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엑스터시 한 알 한 알이 뇌 기관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의심할 여지없이 증명되고 있다. 엑스터시은 주로 세로토닌을 파괴하며,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엑스터시는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어, '화요일의 자살(Suicide Tuesday)'라고 부를 정도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사람들이 주말에 엑스터시를 복용한 후, 화요일이 되면 자포자기의 심정이 돼 자살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조사를 하면 엑스터시에 대한 부정적 증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약 치료자 및 형사 재판 분야 관련 기구들로 구성된 포괄적 기구 '드럭스코프'의 로저 하워드 회장은 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논문은 엑스터시와 관련된 대다수의 증거들이 예상보다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논문은 데이비드 블렁킷 영국 내무장관이 엑스터시의 등급 분류를 '약품 오용에 관한 자문위원회'의 전문가들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는 점을 촉구해, 우리 모두가 믿을 수 있는 약품 정책에 기반한 증거들을 얻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LONDON, England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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