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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괴의 여객기 납치 단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1일 낮에 일어났던 강릉발 서울행 KAL여객기의 피납사건은 요즈음 보기 드문 충격적인 사건으로 북괴의 만행을 재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북괴에 의해 피납되어 의덕비행장에 강제 착륙 당한 것으로 보이는 승객 47명과 승무원 4명이 북괴에서 당한 곤욕을 생각할 때 그들의 안부가 걱정되며 하루 속히 조국의 품안에 돌아오게 되기를 가족과 함께 빌고자 한다.
하늘에서의 비행기 납치사건은 이미 국제적인 유행으로 되어 미국의 비행기 회사들은 승무원들과 승객들에게 피납시의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훈련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전파 청년들이나 욕구불만의 청소년들이 비행기를 납치하여 「쿠바」의 「아바나」공항으로 강제 착륙시키는 예는 금년 들어 이미 28회에 달했고, 지난 11월1일에는 미국에서 「로마」까지 비행기를 강제 항행시킨 희대의 사건까지 등장하여 세계를 긴장시킨 일이 있다.
그러나 다행히 한국에서는 이제까지 항공기 납치사건이 드물었었는데 이번 납북사건은 마치 이런 허를 찔린 듯한 감이 불무하다. 북괴는 58년2월에도 KNA기를 납북한 바 있었으나 그 뒤에는 별반 사고가 없다가 이번에 갑자기 항공기의 납북을 감행한 것은 그들의 야만성을 다시 한번 폭로한 공적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괴의 이번 만행은 그동안 잦았던 어선납북행위가 당국의 철저한 감시로 불가능해지자 공적행위로 시민을 납북하여 동해안지방의 경비상황이며 민정 등을 탐지하기 위한 소치가 아닌가 추측되는 바, 당국은 그동안 해상의 어선납북행위에는 철통같은 대비를 해 왔으나 항공기 납북사건에는 잘 대비치 못한 까닭에 이번과 같은 불상사가 빚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KAL측의 말에 의하면 『비행기가 떠나기 직전에 군복차림의 괴한이 직위를 사칭』하고 검문도 받지 않고 곧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바 KAL당국이 사전예약도 없는 승객을 검사도 하지 않고 격승시킨 데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VIP를 내세우면 엄한 경계망도 뚫을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l·21사태시의 교훈을 저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행장마다 예약손님임을 확인하고 정보과 형사들이 주민등록증을 대조하고 있는데 VIP라고 하여 대조도 않고 주민등록증 지기조차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는 중대한 「미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행기의 납치사건은 외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대비가 극히 힘든다. 탑승원 전체의 생명과도 관계가 되기 때문에 비행기 내에서의 격투나 기내에서의 총격으로써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것인즉 탑승 전에 그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예방조치를 효율적으로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번 사고기의 탑승시에는 승객의 휴대화물은 검사도 않고 무기 휴대 여부에 대한 검사도 소홀히 했다고 하는 바 이러한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하나 앞으로의 비행기 피납사건을 막기 위하여서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납북방지를 위한 만반의 예방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북괴의 도발은 집요하여 육해공 삼면에서 기습적인 만행을 자행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안대책이 철통같이 확립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이미 국제적십자사를 통한 승객 송환 교섭과 판문점 정전위회의를 통한 교섭을 진행 중에 있는 바 전국민도 이에 호응하여 전세계자유민과 함께 북괴를 규탄하고 온 국민의 성원으로 승무원과 기체가 하루 빨리 송환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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