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중한 성장의 불씨를 조심스레 살려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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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분기 경제성장률이 2년 만에 1.1%를 기록했다. 모처럼 0%대에서 벗어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저성장에서 벗어나는 의미있는 신호라고 보기에는 경기회복의 불씨가 너무 가물가물하다. 성장의 내용을 뜯어봐도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자신하기 어렵다. 추가경정 예산과 재정 조기 지출, 부동산 부양책 같은 인위적 요인들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일부 대기업들의 아랫목만 데워지고, 내수업종과 중견·중소기업 같은 윗목은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 분다. ‘손에 잡히는(체감할 수 있는)’ 회복까지 가야 할 길이 멀다.

 유독 신경이 쓰이는 대목은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이다.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7%, 전년 동기 대비 -5.1% 등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렀다. 정부가 앞장서 기준금리를 내리고 재정까지 총출동해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부문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경기회복은 반짝 효과로 끝날지 모른다. 0%대 성장이란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하반기 3% 성장이라는 정부 목표는 장담하기 어렵다.

 앞으로 부딪혀야 할 대외변수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하고, 중국의 경기 둔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아베노믹스와 엔 약세는 우리 수출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국내에선 가계 부채 압박과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방에 악재투성이다. 지속적인 성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매달려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이런 삼각파도를 뚫어내야 한다. 여기서 좌초하면 우리 경제는 조로화(早老化)되고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 회복의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세수 부족으로 복지 확대는 엄두를 낼 수 없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언제 가계 부채의 역습을 받을지 모른다.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려면 어느 때보다 세심한 정책조합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관리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 논리에 따른 과도한 경제민주화나 세무조사 남발은 자제돼야 한다. 대기업 강성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도 기업 투자를 해외로 내쫓을 뿐이다. 경제 정책 노선부터 네거티브에서 포지티브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잘나가는 기업의 발목 잡기에서 벗어나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이 모처럼 맞이한 2분기 경기회복의 불씨를 소중히 살려가는 길이다. 이런 청신호를 발판 삼아 과연 내년까지 3%대 중반의 잠재성장률로 복귀할지는 지금부터 우리 하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