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야 정쟁 중단 선언, 행동으로 실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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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모처럼 여의도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어제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서 “민주당 집권 10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굳건히 지킨 10년이었다”며 “민주당은 지금도 미래도 NLL을 사수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민주당은 줄곧 이런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 포기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도 NLL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날 발언은 새누리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NLL 논란의 영구 종식 선언을 하자는 제안도 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여 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NLL 정쟁 중단 의사를 밝혔다. 그는 “NLL 관련 대화록 실종 문제에 대해 검찰 수사에 맡기고 정치권이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이제부터 새누리당은 NLL과 관련한 일체의 정쟁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야권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정쟁에서 발을 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국민이 학수고대하던 바다. 이젠 지긋지긋한 진흙탕 싸움을 그만 보게 되는 게 아닌가 기대감이 든다.

 그러나 시선을 국회로 돌리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여야 지도부가 그저 ‘국민 위무(慰撫)용 여론전’을 펴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특위가 파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제 경찰청 기관보고 때부터 새누리당의 퇴장과 민주당의 막말로 삐거덕대더니 어제는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국정원의 기관보고 공개 여부를 두고 여(비공개)·야(공개)의 입장이 갈려서다. 이젠 야당이 “여당이 국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여당은 “야당이 국조를 정쟁의 장으로만 변질시킨다”고 삿대질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NLL 대화록 건은 이미 검찰로 넘어갔다. 여야는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는 용납할 수 없는 관행을 폐기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정쟁 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