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리 11년고마운 수위아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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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란한 호각소리와 함께 김해경씨(49·숭례국민학교)의 흰장갑을 낀 손이 치켜지자 육중한「버스」와 각종차량이 우뚝멎었다.
서울성북구 종암동 숭례국민학교앞 횡단보도-차량들이 멈추자 인도에 옹기종기 몰려있던 숭례국민교 어린이들은 교통아저씨 김해경씨에게 인사를 하며 길을 건넜다.
숭례국민교 7천여 어린이들은 매일 상오 7시에서 9시 사이의 등굣길을 교통아저씨의 보호아래 무사히 지나는 것이다. 김씨는 11년째 이횡단보도를 지키며 교통정리를 하고있다.
숭례국민학교의 수위이지만 성북경찰서와 학교측의 협조로 교통경찰관과 똑같은 정복을 입고 있다. 다만 경찰관복과 다른 것은 모표와 완장의 「마크」가 「숭례」라고 박혀진 것.
10년이 지나도록 교통정리를 했기 때문에 솜씨는 「베테랑」 「러쉬아워」에 한꺼번에 마구 몰리는 차량들을 자유자재로 처리하고 어린이들을 안전하게 건너게 하는 솜씨는 본받을만하다.
4남2녀의 아버지이기도한 김씨는 요즘엔 인사받기에 바쁘다. 학교 어린이들은 교통순경아저씨를 마주칠때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인사를 하는가 하면 이학교를 졸업한 중·고등학교학생들도 「버스」창문으로 손을 내밀고 「교통아저씨」라고 인사를 한다. 또 이따끔 이학교출신의 운전사들은 횡단보도를 지나치다가 말고 차를 멈추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담배를 건네주기도 한다.
이러한 김씨가 교통정리를 하기 까지에는 사연이 있다.
16년전 김씨가 학교수위로 취직되어 근무한지 5년이 지났을 때였다.
횡단보드를 건너던 한 어린이가 차에깔려 크게다쳐 불구가 되었다. 불구가 된후 그어린이는 명랑하던 성격은 가시고 우울해지고 차츰 여위기 시작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김씨는 당시 최모교장과 의논 끝에 교통정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날이 덥거나 살을 에는 추운 겨울날에도 10년을 하루같이 일해온 김씨의 숨은 노고가 알려져지난번 24회 경찰의날엔 내무부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교통정리를 계속하겠다는 김씨의 소망은 『교통단속권이 없다고 깔보고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고 지나치는 운전사들이 줄어들었으면…』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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