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사초 실종 사과 … 비노 "문재인, 책임지겠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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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대화록 실종과 관련해 “엄정하게 수사하면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병헌 원내대표. [김경빈 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에 대해 투 트랙의 출구전략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나는 검찰 또는 특검을 통한 ‘엄정 수사’, 다른 하나는 ‘유감 표명’이었다.

 김 대표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주당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을 보다 분명하게 매듭짓기 위해 국가기록원의 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하고자 했지만 회의록 실종이라는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며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정쟁을 연장시킨 한쪽에 민주당이 서게 된 점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이 있다면 회의록 열람을 최종 결정한 당 대표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모든 책임 논란은 당 대표인 내가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측근은 “이번의 ‘유감’ 표현은 대화록 실종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공당 대표로서 사실상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태어나선 안 될 사람)’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지난 12일에도 사과의 뜻을 담은 유감 표명을 했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유감 표명을 한 셈이다.

 이어 김 대표는 대화록 실종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선 “여야가 합의해 엄정한 수사가 있으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진상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나 특정인에게 회의록 실종의 책임을 묻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며 이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김 대표가 ‘여야합의’를 거론한 이유는 새누리당과 당내 친노그룹이 생각하는 수사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현재 검찰수사를 요구하고 있고, 친노진영은 특검을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대화록이 왜 없나, 수사로 엄정 규명해야죠”라고 적었다. 그는 “(수사를 할 경우) 참여정부 사람들이 고생하고 민주당에도 큰 부담을 주게 됐지만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새누리당의 ‘문재인 책임론’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연일 우리 당의 특정 의원과 계파를 지목·공격해 당내 분열을 부추기는데 이는 여야 간의 금도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또 “당내에서 서로에게 돌을 던지는 일, 정파적 행동이나 주장은 새누리당이 원하는 자중지란을 초래한다”며 비노·친노 진영의 내분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비노 진영의 불만은 여전해 봉합이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김 대표 회견 후 “대표가 말씀하셨는데 매우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본인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했던 문 의원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25일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친노진영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김영환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정계 은퇴의 비장함은 어디로 숨었느냐”고 문 의원을 꼬집은 뒤 “(대화록 실종 사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으로 뭉친 특정 계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절제되지 못한 주장을 단절하지 못한 지도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김 대표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글=채병건·이윤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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