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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받은 아베 "개헌은 신중히, 집단자위권은 신속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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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일본 집권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리가 22일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기자를 가리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경제 회복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과 함께 헌법 개정은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쿄 로이터=뉴스1]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일본 아베 정권의 항로가 윤곽을 드러냈다. 요약하면 ▶경제를 최우선한다는 원칙 아래 주변국과의 갈등은 최소화하고 ▶개헌 추진은 중장기 과제로 돌리되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을 위한 정부입법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15년 동안 계속돼 온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는 역사적 사업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정력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선거가 없는 3년 동안 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여러 산적한 현안을 어떤 순서대로 추진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아베는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아베 정권의 경제 방침에 등을 밀어준 것”이라며 “경제를 세우지 못하면 외교력도, 안정된 사회보장도 얻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선거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제 중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선 것은 당분간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야기할 여지가 있는 강성 외교정책을 자제하고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주변국이 주시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서두르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개헌 발의 조건을 규정한 헌법 96조를 먼저 바꾸기 위해 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세력을 어떻게 모으느냐의 문제가 있다”며 “정치는 결과이자 현실이므로 그것(현 상황)도 존중하면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는 개헌을 위한 수순으로 일단 국민투표법 정비에 나설 뜻을 밝혔다. 국민투표법은 개헌 찬반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기 위한 절차법으로 ‘아베 1기 내각’ 때인 2007년 5월 통과됐다. 당시 확정한 국민투표법은 ▶투표권자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며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 제한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며 ▶공무원과 교육자 등의 지위를 이용한 운동을 금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직후 아베 정권이 퇴진하면서 관련 법 정비는 사실상 중단됐다. 투표권자 연령이 20세 이상으로 돼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을 손질하는 등의 후속 작업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개헌작업은 국민투표법 정비→중·참의원 개헌세력 3분의 2 확보→헌법 96조 개정 논의라는 로드맵을 제시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론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자국에 대한 무력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권리) 행사를 위한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명백히 밝혔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개헌 없이도 가능하다는 게 자민당 내의 다수 의견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이 문제를 현재 (총리 직속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에서 논의하고 있고 헌법과의 관계 정리도 이뤄지고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법적 근거가 되는 안보기본법을 이르면 올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뜻을 밝혔다. 아베는 “안보의 기본이 되는 만큼 의원입법이 아닌 정부법안으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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