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불안 이제 시작 … 성장률 3%까지 떨어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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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블룸버그]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의 위기는 계속 진행형이다. 중국 경제의 불안은 이제 시작이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가져올 충격파는 거의 시장에 반영됐다고 본다.”

 마틴 울프(67)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논설위원이 내린 글로벌 경기 진단이다. 그는 “유로존이 2~3년 안에 한 차례 위기를 더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5일 런던 FT 본사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한국 기자단과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 유로존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인가.

 “내가 보기에 그리스 등 재정 위기국은 거의 반영구적인 침체(Semi-permanent Recession)의 늪에 빠져 있다. 국가 부채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로존이 앞으로 2~3년 안에 경제·금융·정치적 위기를 또 한 차례 겪을 것으로 본다.”

 - 언제쯤일까.

 “꼭 짚어 말할 순 없다. 유럽의 침체는 2019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2~3년 안에 눈에 띄게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유로존이) 와해될 수도 있다.”

 - 왜 그럴까.

 “수요 부족이 문제다. 유로존 중심 국가인 독일 등의 수요가 거의 늘지 않고 있다. 독일은 엄청난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 (실질 임금 상승을 억제해) 내수를 줄이고 수출을 늘려서다.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은 긴축 중이다.”

 울프는 “긴축 처방이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영국을 예로 들면서 “긴축이 문제 해결보다 비용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유럽의 위기 대응(재정·금융 동맹 등)은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정책”이라고 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현재 글로벌 경제는 만성적인 수요 부족 상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은 두 가지다. 첫째 중국 등 신흥국이 소비와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둘째는 선진국이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책을 더 적극 펼쳐야 한다. 현실은 거꾸로다.”

 - 중국 경제는 어떤가.

 “불안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성장 패턴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다만 한국처럼 외환위기 형태는 아닐 것이다. 자국 내 경제위기(성장률 급감)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이 3%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 전쟁이라도 나야 수요부족이 풀릴까.

 “대규모 재래전이 발생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전쟁은 너무 파괴적이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인터뷰 주제는 자연스럽게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로 이어졌다. 울프는 “미국의 QE 축소가 나을 파장은 이미 다 나타났다”고 말했다.

 - 무슨 뜻인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QE 축소 뜻을 내비친 직후 채권과 주식 값이 떨어지면서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금리가 0.5%포인트 올랐다. 예상했던 수준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2~3년 안에 2.5%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게 요즘 시장의 예측이다.”

런던=강남규 기자

마틴 울프(Martin Wolf)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논설위원 겸 부편집장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경제 칼럼니스트로 꼽힌다. 1967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과 정치학·경제학을 공부한 뒤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세계은행(WB)에서 10년 동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1987년 FT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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