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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처럼 스타 된 북한 대표팀 ‘허은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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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별(21·4.25축구단). 이름처럼 스타가 됐다.

한반도에서 8년 만에 재연된 남북 여자축구 대결에서 북한이 승리를 거뒀다. 북한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EAFF 동아시안컵 첫 경기 한국전에서 허은별의 2골로 2-1로 승리했다. 북한은 2005년 8월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국전에서 0-1로 패한 앙갚음을 했다.

첫 골은 전반 26분, 한국이 터뜨렸다. 지소연이 드리블하다 북한 선수 발 맞고 흐른 볼이 김수연의 오른발로 연결되며 골망이 흔들렸다.

그러나 10분 뒤 허은별이 전세를 뒤집었다. 전반 36분, 북한의 슈팅과 한국의 선방이 오가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허은별이 오른발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다시 2분 뒤 허은별은 김수경의 크로스를 받아 강력한 헤딩슛을 날렸다.

이 때는 마침, 오길남 북한 선수단장이 전반 도중 북한 벤치를 방문한 직후였다. 본부석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나란히 경기를 관전하던 오길남 북한 선수단장은 문준홍 북한 축구협회 부회장과 함께 0-1로 뒤지던 전반 30분께 벤치로 내려가 감독에게 작전지시를 건넸다. 한국 축구협회엔 양해를 구했다. 오 단장의 작전 지시 덕분인지, 북한은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 이후 기세를 이어갔다.

허은별은 북한 최고의 팀 4.25 축구단 소속이다. 4.25 축구단은 인민군 창건일을 기념해 지은 팀 명칭이다. 여자 대표팀의 절반 가까운 10명이 4.25팀 소속이다. 허은별은 각급 대표팀을 경험한 북한 여자 축구의 엘리트 출신이다. 165cm로 그리 크진 않지만, 다부지고 탄탄한 체격에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성인 대표팀은 이날이 두 번째 경기였다. 지난 2011년 독일 월드컵 당시 금지 약물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며 FIFA로 부터18개월 자격 정지를 당했다. 굴곡을 겪었지만, 플레이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결국 자신의 A매치 데뷔골과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한반도에 '허은별'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렸다. 2000년대 북한 여자 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리금숙을 떠올리게 했다.

김광민 북한 대표팀 감독은 허은별에 대해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17세 미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월드컵)와 2011년 20세 미만 선수권에도 출전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로 자라났다”며 “투지 넘치고 경기 정열이 좋다”고 전했다.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인 북한 대표팀엔 허은별 외에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1995년 김수경은 18세의 나이에도 주전을 꿰차며, 허은별의 결승골을 도왔다. 신태용 JTBC 해설위원은 "전반적인 기량이나 조직력 등 모든 면이 북한이 나았다"고 평가했고, 서형욱 해설위원 역시 "어린 선수들이지만 국제 대회 경력이 많은 편이다. 체력적으로도 뛰어나 한국이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평했다.

김 감독은 또 “북한에서는 여자축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사랑과 배려에 선수들이 보답하려는 마음이 강하다"고 북한 여자 축구가 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초반엔 우리가 고전했다. 한국 축구도 예전보다 많이 성장했다"며 놀라워 했다.

남북 여자대표팀간 전적은 1승 1무 11패로 북한이 압도적이다.

온라인 중앙일보·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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