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피에티」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꿈자리가 매우 사나왔다. 그 꿈의 무서운 사연이 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빙빙 도는아침. 나는 어시를 그리기위하여 일찍 나섰다.「마다바이· 호텔」 에서 10분쯤 걸어가면「마키트」가 나온다고 해서 걷기시작했지만 30분을 가도 쓸쓸한 바다만 보이지 소시같은것은 나오지않았다. 큰일났다고 생각할때 수없이 「카」·「오토바이」 들이 윙윙 「엔진」 소리를내며 정신없이 스쳐가고 있었다.
나는 가장 인상이 좋게 보이는 사람을 찾고있느라니까 웃드리는 벗었지만 푸짐하게생긴 「타히티」 남자가 「오토바이」를타고 왔다. 그래서 손을 들었더니 멈춰주었다. 영겹김에 뒷자리로 올라탔다.
생전 처음「오토바이」라는걸 타고 가는데 나는 사고나 날까봐 두손을 돌려 힘껏 남자의가슴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키트」 앞에다 「오토바이」 를 세운다음 『오케이?』 하곤 이내 사라졌다.
어시장은 이른 새벽에만 옅리는데 벌써 파장이 되다시피 했고, 팔다남은 「가쓰오」 라는 생선이 두서너마리 걸려있을 뿐이었다. 고약하게 생긴생선장수 중국인 노파의담뱃불 붙이는 폼이 재미있어서 그 찰나를 「스케치」 했더니 노파가 화를 버럭내며 쫓아와 머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고 말줄 알았는데 다시 성냥을 가지고 와서「스케치· 북」에다 불지르려 하지않는가. 나는허둥지둥 달음질쳐 내빼는데 뒤에서 군중들의 낄낄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정도의 일로 나의 사나왔었던 꿈자리가 풀렸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드릴」있고 고생길이 훤한 이 고달픈 여로의 걱정보다, 서울의 모든일-집안식구들이 잘있나 하는.걱정과 궁금증 때문에 나는 초조하기만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