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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용 안전벨트 주는 유럽 비행기 … 엄마가 꼭 안고 가라는 한국·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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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부분의 유럽 항공사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기내 아기용 안전벨트. 아기의 허리에 채운 뒤 보호자의 벨트에 연결한다. [중앙포토]

어린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은 즐거움보다 스트레스가 더 큰 게 사실입니다. 특히 비행기 여행은 중간에 맘대로 내릴 수도 없고 아기가 울기라도 하면 다른 승객에게 끼치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아기의 안전 문제고요.

 그런 여행을 몇 차례 하면서 나라별로 비행기 안전 규정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세 이하의 아기는 별도의 좌석 없이 보호자와 함께 앉게 되는데요, 유럽에선 승무원이 아기용 벨트(loop belt)를 따로 나눠줍니다. 보호자가 자신의 벨트를 먼저 착용한 뒤 이를 아기용 벨트에 연결시키고 아기는 그 벨트를 매야 합니다. ‘항공기가 충격을 받으면 아기의 몸무게가 몇 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성인의 품에서 튀어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스위스·프랑스·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죠.

 한국은 다릅니다. 대한항공을 이용할 때 아기용 벨트를 나눠주지 않길래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어머니만 벨트 매시면 됩니다. 아기는 꼭 끌어안고 계세요”라고 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는 미국의 안전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미 연방항공법(FAR)은 2세 이하 아기는 별도의 벨트 없이 좌석에 앉은 성인이 안으라고 규정합니다. ‘항공기 충격 시 아기가 벨트 끈에 의해 2차 충격(내상)을 받는 것을 방지하고 비상시 아기의 벨트 푸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두 방식 모두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 재보던 중 문득 기내 안전벨트 규정과 나라별 육아 철학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최신 이유식 이론이나 아기 잠재우는 방법은 미국과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번역된 외국 육아서 중 대다수도 미국 것이고요. 그러면서도 한국 부모들은 미국의 방식을 ‘독립적 육아’라며 선호합니다. 반면 유럽에선 미국의 육아 방식을 ‘(늘 아이를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헬리콥터형 부모’ 같은 용어로 비판하곤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일하다 결혼 후 프랑스에서 세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미국인 파멜라 드러커맨의 책 『프랑스 아이처럼(Bring up bebe)』은 미국과 유럽의 양육방식 차이를 잘 보여줍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준다며 원하는 걸 즉시 들어주는 미국의 부모와 달리, 프랑스 부모들은 “아탕(attend·기다려)!”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밤중에 깨서 우는 아기를 바로 안아주지도 않고, 배고프다며 칭얼대도 식사시간까지 기다리게 하죠. 인내와 좌절을 가르치기 위해서랍니다.

  외국에서 아기를 키우면서 ‘어느 나라건 자식 잘 키우고 싶은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워킹맘도 모유 수유의 압박을 받고, 아기가 훌쩍 클 때까지도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며,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놀아줘야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는 육아방식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진경 jeenkyung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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