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서 의총못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당분간 야당의 분노가 식을때까지 사태를 관망하자던 공화당의 대야태세는 l7일 당무회의를 기해 강경자세로 급선회.
이날 당무회의는 의제였던 수해 대책과 국민투표 대책을 간단히 처리한 뒤 신민회의 국회의장실 및 공관의 기물 파괴와 국회 점거 사태에 대한 얘기가 나와 강·온양론이 있었으나 『그대로 두고 볼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많아 우선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고.
김재순대변인은 『우리가 떳떳치 못한 점이 없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18일10시 본회의양에서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는데 회기중이어서 본회의 개회시간을 피해 12시로 시간이 늦추어졌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영삼 신민회 총무는 「본 회의에 참석도 하지 않으면서 본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해?』라고 화를 버럭내면서 신민회의원총회를 긴급 소집해서 신민회의원들은 아침부터 본회의장에 모여 별달리 의안없는 회의로 시간을 보냈다.
또 국회 복도에서 이병희 공화당부총무를 만난 김은하신민회부총무는 악수마저 거절하면서 『의원총회를 하려면 제3별관에서나 하라』고 쏘아 붙였는데 그는 『공화당이 의원총회를 본회의장에서 하도록 내버려 둘 우리가 아니다』고-. 그래서 공화당은 의원총회 장소를 휴계실로 옮겼다.
○…신민당창당준비위원회는 국민투표에서 개헌반대운동을 편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나 필동쪽에서 명분론을 내세워 국민투표 거부운동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다소 혼선을 빚고 있다. 17일 당사에서 가진 정무회의는 국민투표대책을 검토한 끝에 투표엔 참여키로 했으나 병상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유위원장은 유옥우씨에게 전화를 걸어『경솔하게 당책을 결정하지 말고 준비위원장단에 맡기라』고 당부, 송원영대변인은 이미 발표한 것을 번복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곧이어 열린 위원장단회의에서 유위원장은『명분상 투표를 거부해야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자금형편상 어떻게 적극적인 부표운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견을 말했다는 것.
○…야당부의장으로 간간이 국회 본회의 사회만 보아오던 윤제술부의장이 개헌안의 변칙처리를 계기로 무거운 입을 열어 이효양의장을 힐란했다.
18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자리에서 윤부의장은 『단 6분 동안에 1백22명을 호명, 기표·개표했고 이의장의 느린 말투와 방망이 치는 속도등으로 보아「아폴로」보다 더 빨랐다』고 의문을 표시하면서『이같은 변칙을 참을 수 있다면 무엇을 참을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헌법명문이 맘대로 해석될 수 없는 것은 비문이 입김이나 눈물로 씻길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윤부의장은 「역사는 순간에 이루어지지만 여파는 유장하다』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