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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중·심통·허탈의 3중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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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개헌안 표결이 전격 선포되던 순간 신민회소속 의원들은『이대로 표결은 못한다』고 소리치며 단상 아래로 몰려갔다. 하오1시55분.
김영삼 신민회총무와 10여명의 신민회의원들은 이 의장에게『국회주변의 공포분위기가 제거되지 않는 한 표결 할 수 없다』고 대들었으나 이 의장은『신민회의원이 자기의석으로 돌아가야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버티었다.
신민회의원들은 모두 단상 바로 아래 국무위원석을 점거, 여당의석을 지켜보고 공화당의원들은 의석에서 이들과 대치했다.
한때 김영삼 총무가 발언하려했으나 여당의석에서 일제히 책상을 치며『그만 두라』고 소리치고「마이크」가 꺼져 발언을 못했다.

<두 의원밖에 나가 확인하기도>
○…야당은 표결선포 전에도 한때 단상에 몰려 의사당이 일시 혼란에 빠졌다.
신민회 이재형의원의 개헌안철회 동의안 발언도중이던 낮12시20분 송원영 의원이 의석에서 『나는 국회로 오는 도중 사복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국회가 사복경찰관으로 싸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한가운데 개헌안심의를 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이에 대해 김택수 공화당총무는『그런 일이 없다』고 응수하자 김영삼 신민회총무가『무슨 소리냐』면서 단상에 올라가 의사봉을 팽개치고 이룰 신호로 한 듯 야당의원들이 단상으로 몰려들었다.
이 소란은 송의원에게 발언을 주어 잠시 후 가라앉았는데 여당의 이종근, 야당의 김응주 의원이 송의원 발언의 진부를 알아본다고 함께 의사당밖에 나가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는 김의원의 말을 듣고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쨌다.

<양론 끌에 강경론으로 단락>
○…표결에 앞서 상오9시부터 80분 동안의 의원총회에서 최후의 전략을 협의한 신민회 의원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회의에선 투표전략에 관해 강·온 양론이 맞서다가 결국 농성투쟁이라는 강경 노선으로 낙착.
원내대책 특별위에 표결전략을 일임하기까지『지금이라도 농성등 극한수법을 써서 저지투쟁을 극대화하자』는 이재형 정해영 이중재 의원 등의 강경론과 『정정당당하게 표결에 참가해서 부표를 던지자』는 유진산 고흥문 김대중 의원 등의 온건론이 맞서 고성이 오가는 등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고.
특히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총무단의 원내전략에 노골적인 불신을 표시, 시종 경화된 분위기였는데『3기연임 조항이 문제되었을 때 원내전략이 과감히 수정됐어야 했다』는 자가비판이 나오기도.

<2시간마다 점호·청와대 원용도>
○…공화당과 신민회는 11일부터 줄곧 소속 의원들의 향배와 소재를 점검했다. 소속의원들의 소재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 각 상위별로「호텔」합숙까지 고려했던 공화당은 상임위원장과 간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의원들의 소재를 점검했고 12일부터는 2시간에 한번씩 점호를 했다. 의원의 행방이 히미해질 때는『청와대에서 부른다』고 해서 잡기도.
그래서인지 12일 밤 본회의장에 의원들을 불러모으자 순식간에 거의 전원이 모여드는 좋은 성적(?)을 보였다.
○…구주류 의원들은 13일 밤을「타워·호텔」1306호실에서 함께 세웠다.
13일 상오1시 국회가 끝나자마자 신윤창 오학진 오원선 윤천주 이영근 이승춘 김우영 이진용 정직래 유광현 박영선 김영복 의원 등은 「타워·호텔」로 직행하여 표결에 임하는 그들의 태도를 마지막 협의.
이들이 막 회의를 진행할 무렵인 1시45분쯤 김종필 전 당의장이 김택수 원내총무, 김우경 부총무와 함께 들어섰고, 뒤따라 서상인 장영순 김용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양 의원 납치설에 우정론 일석>
○…저녁식사를 위해 본회의가 6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정회되자 김택수 공화당총무와 김우경 부총무는 반대토론에 나서겠다던 무소속의 양순직 의원을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본회의가 속개되어도 양 의원이 나타나지 않자 김영삼 신민회총무는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양 의원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돼갔다』면서『토론을 내일로 미루자』고 제의.
그러나 뒤이어 등단한 김 공화당총무는『이 김택수는 1백74명 의원 가운데 양 의원과 가장 가까운 사이』라면서『양 의원이 토론에 안 나온 것은 정치에 앞선 나와 양 의원과의 우정 때문』이라고 우정론 일석-. 그런데 양순직·박종태 두 의원은 김 총무와 함께 J원에서 저녁을 함께 하고는 청구동 김종필씨 댁으로 가 장시간 얘기를 나누었다는 것.
이 무렵 본회의장엔 투표용지가 나돈다고 해서 한때 긴장감이 돌았다. 김영삼 신민회 총무는『본회의장에서 투표용지가 나도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린 상황에서 어떻게 토론을 하겠는가』라고 하자 공화당의 민병권 의원은 『증거를 보이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는데 이효상 의장은『분명히 국회사무처에서 투표용지를 여야당에 돌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견본이라는 큰 도장을 찍어 참고로 보여드린 겁니다』라고 해명을 해서 폭소로 일단락.

<"투표 때 잊을까봐" 손바닥에 부자>
○…당을 해산하면서까지 최후의 배수진을 친 신민회는 국회에서의 수적 열세를 이겨내려는 안간힘을 쓴 끝에「3기연임조항」에 대한 해석 유도작전에 성공, 한때 활기를 얻은 듯 했으나 그 효과가 시원치 않아 실망한 표정들. 그러나 많은 의원들은『정국이 한번 곤두박질 할 뻔했으니 국민투표에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 』이라고 자위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12일의 국회주변에는 전진오 의원아 중풍으로 드러누웠다느니 무소속의 모 의원이 개헌지지성명을 냈다느니 하는「매터도」가 마구 떠돌아 한때 소란을 벌이는 촌극을 빚기도.
특히 이날 밤에는 김옥선 의원이 왼손바닥에 부자를 크게 써놓고 만나는 사람마다 오른손으로 악수를 청하면서 왼손바닥을 들어 올려「부결」이라고 외치고 다녔는데 김의원은『표결 때 잊어버릴 까봐 미리 손에 써놨다』고.

<9인 소위선 육박전 오픈·게임>
○…개헌안 찬반토론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안 대연각「호텔」에선 국민투표법 절충소위의 여야의원은 육박전으로 개헌결전의「오픈·게임」을 장식. 이날 저녁 6시부터 3차 회합을 가진 9인소위에서 공화당이 신민회의 요구를 거의 묵살하자 신민회의 김상현 의원이『독소조항을 없앤다고 약속해놓고 사기하는 것 아니냐』면서 욕실을 퍼부어 공화당의 김용진 의원과 싸움이 벌어진 것 .
두 김 의원은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질까지 했다는데 김용진 의원은 손에, 김상현 의원은 턱에 상처를 입기까지.
그러나 두 김 의원은 다른 의원들의 권유로 곧 화해를 하고 회의를 계속 하여 5개항의 지속적인 문제에 간신히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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