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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정가 열전의 뒤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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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1년 후보안내는 비밀 협상안도>
○…개헌안이 발의되어 신민당이 자폭하기까지 사이에 신민당 일각에서는 야릇한 협상조건을 내세워 공화당 측에 개헌안 철회를 종용하려는 움직임이 한때 있었다고. 신민당의 중진인 S의원은 『개헌으로 인한 정국혼란을 막기 위해』유 총재에게『71년 총선거에서 신민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는 다는 조건을 붙여 개헌안 철회를 비밀리에 공화당 측에 제의할 것』을 건의했었으나 고의 층에 의해 묵살 됐다는 것.
강·온 양면작전의 하나로 재기됐던 조건부 철회 종용의 움직임은『신민당 존립목적에 위배된다』는 비판에 부딪쳐 사라졌으나 어쨌든 그간의 급박했던 사정을 보여주는 일면 인 듯.

<따로 와서 따로 가는 연사들>
○…신민당과 「개헌반대 투위」의 불화는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이 불협화음은 신민당의 재생 과정에도 얼마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
그동안의 공동 유세에서도 연설순위 때문에 신민당과 투위는 신경전을 벌이곤 했는데 서로 유리한 시간에 자기 측의 연사를 배당시키려는 고집 때문에 간혹 말다툼을 벌이기까지.
강연회에도 따로 제각기 왔다가 자기 연설만 끝나면 강연회 도중에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연사들의 단결력』으로 극적 효과를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신민당과 투위 연사들은 숙소도 제각기 잡아 지방당 간부들은 이들을 맞아 응대하기에 힘이 든다고 투덜투덜.

<열성 보여도 파견요청 없어>
○…공화당은 개헌지지 유세에 연사「풀」 제를 만들어 많은 연사 가운데 각 지방에서 희망하는 사람을 파견키로 했는데…. 여기에 좀 거북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얘기.
그 사정이란, 유세에 나서겠다고 열성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방에서 별로 파견요청이 없으며 또 연사「풀」에 들어 있지 않은 배우 신영균씨 같은 사람을 보내달라고 청이 간혹 있다는 것.
유세에 나서야겠다고 열을 올리지만 파견요청 없는 사람이 당의 고위간부일 때는 연사배정에 실무진의 입장이 매우 난처한 모양.
그래서 공화당은 국회표결 뒤의 2차 유세에 대비해서 연사「풀」제에 재검토를 가하고있다.

<이탈의원 비서가 반대조종>
○…신민당이 5일 간부회의에서 전격적으로 해당 결정을 내리자 극소수의 청년당원들은 「해당결사반대」라는 벽보를 당사에 내붙이는 등 약간의 말썽을 피웠는데 그 배후에는 모 이탈의원 비서의 공작이 있었다고 해서 화제.
이 비서는 의석승계를 기다리고있는 신민당의 전국구후보 K씨를 찾아와 『당이 해체되면 당신은 국회에 들어갈 기회를 잃는다. 개헌지지를 한 새 이탈의원은 곧 의원직을 사퇴하고 외유 길에 오르니까 굳이 신민당은 해체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하더라는 것.
말썽을 피우던 이들은 고흥문 의원이 벽보를 찢으며『왜들이래, 조용하지 못하고…』라고 일갈하는 바람에 주춤하더니 7일의 전당대회에서도 아주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공개 토론회 좋아하네">
○…신민당이 해체되자 김재순 공화당 대변인은 『토론회주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여야당공개토론회는 자동적으로 유산될 수밖에 없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공개토론회는 그 날짜가 9월10일로 결정될 때부터 벌써 유산의 운명에 있었던 것.
왜냐하면 당초 개헌안은 8일에 상정할 예정이었고 그렇게 되면 원내에서 혼란이 일어나 『차분한 토론회』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
공화당의 어느 한 고위간부도『공개토론회 좋아하네!』라고 빈정대면서『물 불 가리지 않고 함부로 얘기하는 사람과 토론을 하겠다고 나설 만큼 우리가 둔한 사람인졸 알았느냐』고 당초부터 토론회에 응할 뜻이 없었음을 실토-.

<윤보선씨 도보시위 나설 뻔>
○…윤보선 전 대통령이 천리길 도보시위에 나설 뻔했다. 신민당의 정성태 (55세)의원은 지난달31일 출신구인 광주에서 떠나 12일 상오 국회의사당 앞에 「골인」할 예정인데 이에 앞서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윤보선씨를 찾아가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도보상경」작전에 참가해줄 것을 권유, 윤씨도 쾌히 응낙하면서 준비를 서둘렀었다고.
그러나 윤씨의 주치의가 『노구에 천리길 도보는 절대무리』라고 완강히 만류하는 바람에 정 의원은 더 이상 권유하지 못하고 윤씨도 못내 섭섭해하면서 주저앉았다고-.

<갖가지 기록 남긴 해체당 대회>
○…개헌저지를 위한「비상수단」이라는 신민당의 해체는 여러 가지의 「첫 번째」를 기록했다.
소속 의원의 의원직을 뺏는 보복해당이 처음인가 하면 그에 앞섰던 44명 의원제명은 자기가 자기를 제명한 최초의 일괄제명.
공공의 집회장소가 아닌 당수댁 정원에서 전당대회를 가져 마치「가든·파티」같은 당대회가 있기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야당 전당대회가 그토록 말썽 없이 일사천리로 끝나기도 처음 있는 일.
또 당을 해체하면서 바로 재 창당을 서두르는 것도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고, 해당 뒤 그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이 제출되면 정당의 성립, 해제문제가 법정으로 옮겨지기도 첫 번째 일이 된다.

<"찬표 던지고 교사 노릇을…">
○…개헌에 소극적이던 공화당의 구주류 의원들은 몇 차례의 모임 끝에 처음보다는 태도가 누그러졌다고 알려졌다. 신민당에선 이같은 사정이 김종필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같은 분위기 변화를 뒷받침하는 사실이 없지도 않다.
개헌안 발의에 서명하고도 개헌반대 의사를 표해왔던 공화당 K의원의 경우를 보면 『나는 앞으로 정치를 안하겠다. 개헌표결에 가표를 던지고 고교선생이라도 하겠다. 앞으로 정치를 할 사람은 부표를 던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K의원과 비슷한 입장을 취해 오던 모 의원은 『이제 생각하기에 지쳤다. 표결 직전에 결심해서 표를 던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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