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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에 오른「재량상정」|제24차 유엔총회 대책의 저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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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문제의 연례자동상정을「재량상정」으로 전환시킨 정부의 대「유엔」정책은 올가을 「유엔」총회에서 첫 시험대에 오르게됐다. 소련을 비롯한 14개 공산국가들이 15일 이른바 주한외군철수안을 이번「유엔」총회의 보충의제로 제안함에 따라 정부는 작년 자동상정지양정책을 채택한 이후 공산권 전략에 대응하는 첫「케이스」의 재량상정을 결정한 것이다. 당초 금년24차「유엔」총회에는 한국문제를 상정하지 않기로 했던 정부방침이 갑작스레 바뀐 데는 무엇보다 외교의 전략적 측면이크게 작용되었겠지만 이것 못지않게 변모하는 국제적 여건에 따라 이른바 신축성을 띠어야하는 우리외교의 고민도 간과될수 없을것 같다.
지난23년간 우리 정부의 대「유엔」 정책은 「언커크」(유엔 한국통일복흥위원단)의 보고서를 총회에 제출, 자동 상정시켜 「유엔」에 의한 통한결의안읕 채택하는것으로 일관해왔다고 볼수있다.

<언커크 통해 상정>
작년 총회에서 이런 자동상정 원칙을 재량상정 (매년 연례로 상정시키지 않고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언커크」가 총회와 사무총장에게 수시로 보고서를 내어 토의토록 하는것)으로 바꾼 것은 사실상 대「유엔」외교의 큰 방향전환이었으며, 그 저변에는 타당한 이유들이 깔려 있었다. 당시 최규하 외무장관은 자동상정을 지양하는 이유로 ⓛ대 「유엔」외교의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 ②연례행사 같은 타성에서 벗어나 시기에 맞게 국제여론을 유도 ③공산권의 전략을 교란시키는 폭넓은 대책강구 ④공산권의 공세에 수시로 대응하기 위한 신축성 있는 전략수립등을 들었었다.
이번재량상정 결정은 『공산권의 선제외교 공세에대한 기동력있고, 강렬한 대응조처』 (외무부 방교국장의 견해)라는 점에서 볼때 전략적 의미가 강조되는것 같다.
정부는 공산국가들이 국제여론의 관심도가 줄어가는 국제정세에서 이른바「주한외군철수안」을 앞세워 한국문제를 다시 들고 나오게된 배경을 다음의 몇가지로 분석하고있다. ⓛ북괴가 「푸에블로」호사건, EC121기 격추사건과 한국에 대한 공비침투등 도발행위로 나빠진 국제여론을 회복키 위해 소련등에 한국문제상점을 요구했으며 소련은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 들였고 ②미국의 주월군 점차 철수등 일부 해외주둔군의 감축계획에때를 맞추어 「주한미군철수안」을 내놓아 세계여론조성에 영향을 미치려는것등.
이렇게볼때 공산측의 한국문제 제기는 북괴가 어느때 보다도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이것은 무력도발과 함께 한편으로는 미소외교를 펴려는 저의로 해석되고 있다.

<지지획득에 부심>
아뭏든 정부는 지난 16일 김용식 주「유엔」대사로부터 14개 공산국들(소련「알제리」「캄보디아」 「브라자빌·콩코」 「시리아」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쿠바」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몽고 「폴란드」 「루마니아」 「비엘로루시아」)이 「주한외군철수안」을 냈다는 보고를받자 일련의 대책을 마련, 이번 총회에 한국문제 상정을 결정하는 한편 재외공관과 순방중인 친선사절단에 긴급 훈령을 내려 지지획득에 전력토록 했다.
정부의 한국문제상정은 역시 「언커크」보고서를 총회의 보충의제로 제출 (8월17일부터 12월20일 사이) 하는 형식을 택하게될 가능성이 크며, 오는9월6일 서울서 열리는 제4차 「언커크」 전체회의와 함께 전략이 확정될것 같다.

<소극적태도 탈피>
지난해 총회때 통한결의안 표결에서 나온 결과(찬71·반25·기권20)를 이번에도 쉽게 기대할수 없는것이 오늘의 국제정치현실이기 때문에 정부의「유엔」 정책은 더욱 무거운 과제를 안게되는 지도 모른다.
또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때 자동상정 지양에서 오는 몇가지 문젯점, 즉 공산측 공세에「이니시어티브」를 뺏겨 수세에만 서기 쉽고 통일에의 노력이 소극적으로 홀러 나가는 경향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재량공정」의 개념으로 표현된 대「유엔」외교정책은 저울질되리라는 관측이다. <윤기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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