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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에 그친 「개헌」오픈·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보성일부재선거는 신민당의 이중재후보가 공화당의양달승후보를 눌러 당선함으로써 6·8총선거에 의한 상낙을 번복했다. 벌교읍10개 투표구 1만6천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서거였지만 3선개헌과 6·8선거부정등이 쟁점이었기때문에 비상한 주목을 끌었었다. 또 개헌안 공고직후 실시된 선거였기때문에 여야는 국회의 찬·반표 1석의 향배라는것을 넘어 개헌에 대한 민심의 간접적인 반응을 저울질 한다는점에서 총력을 기울였다. 이번 재선거는 보성지구의 두번째재선거다. 첫째선거는 세칭안용백씨 운동원에 의한 「닭죽사건」으로 선거무효가된 4대국회의원선거이다. 자유당은 1년뒤의 재선거에 공천자를 안씨대신 황성수씨로 바꾸었는데 투표당일 사전투표등 부정이 저질러져 민주당의 이정래씨는 투표도중 선거포기를선언했었다. 이선거는 다시 법정으로 시비가 옮겨졌으나 그판결이 나기전에 4·19로 국회가 중도에해산됐고 당시의 선거는 『3·15부정선거의예행연습』이었다는 딱지가 붙기까지했다. 이말썽의 선거지대인 보성일부재선거의 분위기와 결과를 분석해본다.

<개헌지지로 해석>
선거전에서 신민당은 이 재선거를 개헌과 연결시켰고 공화당은 그 연결을 가급적 피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뒤 여야당의 반응은 다소 뒤바뀐감이 있다.
공화당에선 『비록 패배했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개헌에 지지하고있음을 보여주었다』 고 했다. 양후보의 득표가 총투표수의 50.5%이고 투표수는 유권자의 과반수이기때문에 『과반수투표에 과반수찬성』이라는 개헌안통과선에 맞추어하는 얘기다. 말하자면 공화당은 재선거에 국한한 득표에서 양후보가 이 후보보다 우세(7,335대5,168)했다는데서 위안을 찾은것이다.
이에반해 신민당은 『기득표수를 합산하지 않고도 이겼더라면 좋았을것』 이라고 아쉬워하면서『이후보를 뽑아준것은 개헌저지전열을 강화시켜 준것이며 그보다도 6·8선거가 부정이었음을 심판한것』이라고 논평했다.
양후보는 6·8선거의 1만1천4백여표보다 4천표를 적게받았기 때문에하는이야기다.
금력등이 큰작용
그러나 여야당이 어떻게 선거결과를 풀이하든간에 이번재선거가 개헌에대한 예비투표의 성격을 띠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것같다.
왜냐하면 비록 개헌이쟁점이 되기는했지만 두후보의 선거구지연이 강하고 막대한 금력이 동원되었으며 6·8선거에 대한 재수의 성격이어서 개헌쟁점이외의 요인이 승패를 좌우하는데 더 크게 작용했을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공화당의 과반수득표는 개헌지지와 직결되는것이 아니며 신민당의 의석이 늘게된것도 개헌저지지원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봐야할것같다.
공명을 되찾기위한 선거였지만 여야의 과열경쟁은 선심공세로 흥청대는 타락현상이란 6·8총선거의 망령을 되살린 느낌이다.

<급조주점 생기고>
신민당은 공화당이 12일부터 가구부 5천원선의매표자금을 뿌리고 공무원을 대거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도 『금력공세는 야당이먼저 시작했으며 야당도 막바지에 매표자금을 뿌렸다』고 응수했다.
어쨋든 벌교는 풍성한 선거경기를 맞이했었다.
투표당일에도 각 투표소가까운곳에는 「급조 막걸리집」이 등장하여 투표장으로가는 유권자를 접대했다.

<유권자들도 과열>
벌교읍장좌리의 제5투표소에서 불과 20m떨어진 한 민가가 별안간 막걸리집이 되어 흥청됐고 이를 취재하려던 기자가 만취한 사복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하는 불상사도있었다.
선거일은 벌교장날인데다 무더운 날시였음에도 84.4%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특히 벌교읍제1투표소는 투표마감 정시인 5시쯤 갑작스레 모요든 유권자로 5백∼6백명이밀려 밤9시40분에야 마감했다. 투표소는 5시지나 문을 잠그고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만 투표하게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들어온 유권자들이 밖에서 아우성치고 일부 유권자는 담을 뛰어넘어 돌어오는 열성을보였다.

<투·개표 공명한셈>
이는 여야과열경쟁이 가져온 유권자의 과열탓도있지만 선거인명부와 주민등록증의 기재착오때문에 일어난혼잡, 그리고 후보자의 선심을 외면할수없었던 일부유권자들의 사정이 겹친것이라고 봐야할것같다.
전례없는 심야투표등으로 어수선하기는했지만 투·개표그자체는 참관인의 엄중한 감시아래 비교적 공명하게 치른셈이다.
어쨌든 이번재선거는 주민등록증제시라는 투표절차에서 생길수있는 새로운 문젯점을 제기해놓은셈이다. <조남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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