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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지들 정서적 지지가 중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가족들과 친지들이 PTSD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최태산(55·사진) 전국재난심리지원연합회 회장(동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항공 사고 피해자들이 PTSD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며 한 조언이다. 그는 “피해자들은 충돌 사고를 연상케 하는 자극·상황을 피하고, 때론 이유 없이 예민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환청을 호소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이 한 달을 넘을 경우 PTSD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나.
 “심각한 공포와 고통을 느끼면 불안 증상이 일어나며, 현실 적응력이 약해지거나 왜곡된다.”

 -한국에선 언제부터 PTSD가 알려지기 시작했나.
 “국제적으로 PTSD를 공식화한 것은 1980년부터다. 국내에선 90년대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건이 잇따르면서 피해자들의 정신적 후유증이 보고됐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후 생존자의 심리적 충격에 대한 본격적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면서 PTSD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PTSD 환자들의 특성은.
 “‘운이 없다’ ‘이런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 등 개인화 성향이 강하다. 심리적 어려움을 표현하기 힘들어한다. 심지어 감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PTSD를 적절히 치유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지들까지 고통을 안겨준다.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 자칫하면 지역사회가 갈등을 겪게 된다.”

 -어떻게 PTSD를 치료해야 하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재난 경험자는 대개 빈곤·소외 계층이다. 심리적 불안보다 생계 불안이 더 클 수 있다. 이들이 조속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야 한다.”

 -PTSD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서적 유대감이다. PTSD 환자들은 흔히 불신·회의감·무기력에 빠진다. 자존감이 떨어져 대인 기피증에 걸린다. 그러므로 재난 경험자가 어떤 상황에서나 주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고 믿도록 도와줘야 한다. 가족과 친지들의 정서적 지지와 원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 사고 피해자들의 가족과 친지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젠 비행기는 절대 타지 마라’는 식의 얘기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사건을 연상시킬 수 있다. 때론 ‘네가 잘못했다’라고 비난처럼 들릴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면 피해자들을 더 놀라게 하거나 불안하게 만든다. 늘 그들에게 ‘네가 있어 기뻐’ ‘너는 소중한 존재야’라는 내용의 얘기를 해주는 게 좋다. 그리고 트라우마 증상이 심하다고 생각되면 가급적 빨리 전문가로부터 진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

※전국재난심리지원연합회는 소방방재청이 전국의 광역자치단체, 민간기관과 손잡고 만든 재난심리지원센터들의 연합체다. 센터는 상담을 통해 재난 경험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의 홈페이지(www.dmh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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