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별난 추억과 쏠쏠한 부수입 다리 놓는 ‘거간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브라이언 체스키, 조 게비아(왼쪽부터). [사진 에어비앤비]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창조 페스티벌 ‘SXSW 2013’에 참가했다. 혼자 움직인 게 아니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후원하는 7개 유망 스타트업 멤버와 함께한 것이어서 숙소가 여럿 필요했다. 이때 호텔 예약 사이트보다 먼저 접속한 게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였다. 충분히 넓은 집이 없어 결국 일반 호텔을 택했지만, 사이트에 접속해 오스틴의 이런저런 숙소들과 이를 에어비앤비에 올린 주인장 프로필, 이용객들의 사용후기를 읽는 재미만도 쏠쏠했다. ‘아, 이래서 세계 여행객들이 에어비앤비를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 숙박공유 서비스다. 누구나 이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방과 집, 별장 등 사람이 묵을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임대할 수 있다. 전 세계 192개국, 3만5000여 개 도시에서 30만 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80%가 빈집이 아닌 실제 주거공간이다. 이미 400만 명 넘는 여행객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회사 가치는 25억 달러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에어비앤비는 자본주의 심화로 인한 각종 폐해의 해결책 중 하나로 꼽히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의 상징이다. 자원 절약, 환경 보호, 공동체와 풀뿌리 경제망의 복원. 사업의 핵심 경쟁력 또한 소셜 커넥션, 프로슈머(생산자이자 소비자), 오픈 소싱, 개인화, 위치정보, 전 지구적 시장과 지역밀착형 서비스의 결합 같은 시대적 트렌드와 밀착돼 있다. 혁신적 창업을 통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전범이다.

이야기는 2007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명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브라이언 체스키(32)와 조 게비아(32)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룸메이트이자 친구인 둘은 창업의 꿈을 품고 샌프란시스코에 호기롭게 정착했으나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월세조차 못 내게 된 마당에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근처에서 열리는 대형 디자인 콘퍼런스 참가자 중 아직 방을 못 구한 이들에게 거실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여행객 세 명에게 잠자리뿐 아니라 아침식사, 비즈니스 인맥까지 제공했다. 사흘 뒤 이들은 친구가 됐다. 숙박료 1000달러로 급한 불도 껐다.

절도 사건 계기로 10억 배상보험 마련
이런 경험을 한 뒤 체스키와 게비아는 새 문제, 그리고 해결책에 눈떴다. 여행객은 값싼 숙소와 진심 어린 친절,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하길 원한다. 집주인은 잉여 공간을 임대해 부가수익을 얻고 싶어 한다. 둘을 연결하면 어떨까?

다음 해 2월, 이들 친구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31)가 합류했다. 고교 시절 이미 첫 창업을 경험한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엔지니어였다. 6개월 뒤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방을 내놓는 사람도, 빌리려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셋은 궁여지책으로 마침 한창인 미국 대선 시즌을 겨냥해 두 후보자의 이름과 스타일을 패러디한 브랜드의 시리얼 세트를 만들어 팔았다. 이 덕분에 두 달간 3만 달러를 벌었다. 이런 노력과 창의성을 높이 산 이가 있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산실인 Y콤비네이터 설립자 폴 그레이엄이었다. <본 시리즈 5월 26일자 참조>

Y콤비네이터로부터 초기 투자금 2만 달러와 최고의 멘토링을 받았지만 상황은 바로 나아지지 않았다. 셋은 남다른 끈기와 팀워크로 회사의 와해를 막는 한편, 2010년 직원 수가 15명이 될 때까지 좁은 아파트를 사무실로 사용할 만큼 경비를 절약했다. 아예 에어비앤비 숙소들에 거주하며 사용자 반응을 체크하고 서비스를 개선했다. 그런 노력과 서비스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2010년 말 사용자가 확 늘기 시작했다. 곧이어 세쿼이아캐피털, 그레이록 파트너스 같은 거물 벤처캐피털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배우이자 투자자인 애슈턴 커처도 주주가 됐다.
성공의 밑바탕이 된 것은 인터넷을 활용한 전 지구적 네트워크, 강력하고 쿨한 커뮤니티, 촘촘한 신뢰관계망이었다. 사실 낯선 이를 제 집에 들인다는 건 불안한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는 페이스북의 평판 시스템을 철저히 활용했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접속하면 집주인과 여행객의 페이스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어 각 임대인과 임차인의 프로필을 살핀다. 거기에는 이전 거래자의 리뷰들이 달려 있다. 2011년 여행객을 가장한 도둑에게 가정집이 털린 사건 후엔 최대 10억원을 배상하는 보험제도도 마련했다.

집주인·여행객 양측서 수수료 받아
‘남다른 스토리가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 블레차르지크는 언론 인터뷰에서 “뻔한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여행객의 75%가 재방문 의사를 밝힌다. 집주인 또한 안방에서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숙박지는 아파트부터 단독주택, 고성(古城), 나무집, 개인용 섬까지 매우 다양하다. 애플 아이폰 발매 전날 밤 점포 앞에 텐트를 쳐놓고 판매한 사례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집주인에겐 거래액의 3%, 숙박객에게는 6~12%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럼에도 총금액은 호텔보다 21~50% 싸다. 그래서 여행객들은 한 지역에 더 오래 머물며 더 많은 돈을 쓴다. 집주인들의 경우 지난해 평균 58일 임대를 통해 각각 9300달러를 벌었다. 든든한 부가 수익원이 생긴 셈이다.

최고경영자(CEO)인 체스키는 기존 시장과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푸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돈이 목적인 사람(mercenary)’이 아니라 일종의 ‘선교사(missionary)’라는 것이다. 며칠 전 런던의 한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가한 최고제품책임자(CPO) 게비아도 공유경제 컨셉트의 서비스를 준비 중인 창업자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우리가 봉착한 과제는 어떻게 ‘온라인’을 디자인해 ‘오프라인’과 조화를 이루게 하느냐다. 기업가정신의 소유자라면 문제와 결혼해야 한다. 문제를 찾아내, 최대한 끌어안고,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것에 감정이입을 해야 한다. 아주 가까이서 보면 두 점(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능력을 갖게 될 거다.”

인터넷으로 뭔가 ‘공유’하게만 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된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공유경제의 근간은 결국 사람,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강력한 커뮤니티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