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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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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13회「발명의 날」을 맞이하여 무엇보다도 우리는 발명불모의 풍토와 환경을 개탄하지않을 수 없다. 일진월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과학·기술이 급진전하고있는 시대에 우리의 발명실적은 그 질과 양에 있어서 실로 보잘 것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20세기 후반이후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주시대니 전자시대니 불리어지고 있으나, 이러한 인류예지의 결정으로 우리는 한편 놀라고 또 한편 혜택을 무한히 받고 있을 뿐 거꾸로 우리의 기여는 전무하였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옛이야기는 그만 두더라도 해방이후 우리는 아직 세계적 발명에 참여하지 못했을 뿐더러,발명특허의 건수자체도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빈약하다. 대인구 특허 건수를 비교해 보아도 인구 1만 명당 미국은 4·5건, 서독10·8건, 일본6·3건에 비해 우리 나라는 0·3건에 불과하다고 하며, 특허법이 시행된 47년이래 22년이 되었건만 그간의 특허출원총건수는 발명1만2천여건, 실용신안 3만 건으로, 그것도 대부분이 상표출원이며 내용 있는 발명특허출원은 겨우 1천여건에 불과한 실적이라고 한다. 더우기 주목할 일은 해를 거듭 할수록 늘어나야 할 발명건수는 최근 수년간 줄어들어 발명특허등록건수는 67년의 4백28건에서 68년에는 3백59건으로 되었다한다.
우리는 과학·기술시대의 첨단을 가는 발명을 못할망정, 해마다 정중한 인명을 앗아가는연탄「개스」중독방지장치조차 발명하지 못한 실정에 한숨을 내쉬지 앉을 수 없고, 이러한 풍토가 어디서 연유하는가를 깊이 반성해야 할 줄 안다.
예부터 내려왔고 아직 일부 남아있는 장인정신의 정신적 풍토는 점차 타파되고 있다고 볼수 있으나, 투자 없이 발명만을 바라보는 정책당국이나 기업가의 자세에 커다란 문제가 내포 되어 있다 하겠다.
자연계 위주의 교육정책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습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공계의 학교가 허다하고, 연구비 부족으로 하품하는 과학기술관계연구소가 적지 않은 마당에서 발명에 대한 기대를 걸어보는 일 자체가 도시 무리한 일이라 하겠다. 모든 획기적인 발명이 기초과학의 발전을 토대로 삼고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초과학의 연구장려를 소홀히 하는감이 있고 이는 길게 보아 발명풍토조성에 역행하는 일이 되리라고 본다.
물론 기초과학의 보급·발전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현재 세계적인 발명의 대부분이 기초과학을 중시한 선진국에서 족출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비록 장기적 투자가 될지언정, 꾸준한 투자가 아쉽다 하겠다.
국민총생산의 3%를 과학·기술의 발전에 투입하는 선진국에 따를 수는 없지만. 부질없이낭비하는 국가예산의 일부를 기초과학의 보급·발전을 위해 지출했으면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외국기술의 도입, 모방만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크게 세계인류를 위하여 공헌할 수 있는 발명에 유의하는 등 긴 안목으로 자주적으로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관계당국의 각별한 노력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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