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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회계연도예산 수정교서와 기본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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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 미국대통령은 세출을 대폭 삭감하여 미국사상 네 번째로 큰 규모인 58억불의 재정흑자를 계상한 70회계연도(69년7월∼70년6월)의 「존슨」 예산수정교서를 12일의 의회에 제출, 「인플레」 억제를 위한 첫 포석을 했다.
10%부가세연장을 요청한 특별교서(3월26일), 연방준비이사회(FRB)의 재할 및 예금준비율 인상(4월3일), 국제수지특별성명과 해외투자규제완화(4월4일)에 이어 이번에 다시 독자적 예산교서를 발표함으로써 「닉슨」정권은 일단 그 경제 정책의 기본방향을 뚜렷이 한 셈이며 앞으로 이 조처들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를 온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경제 큰 영향>
「케네디」·「존슨」 정권하의 「뉴·이코너믹스」에 대치되는 「닉슨」경제는 국내적으로 재정흑자 및 금융긴축 등의 전통적 정책에 의한 「인플레」 수습,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원칙에 의한 공정거래를 표방하고 있다.
한편. 또 이러한 국내적 「인플레」 억제계획은 대외원조분리 등의 국제수지대책과 함께 「유로·달러」시장을 포함한 세계 경제전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삭감 40억불>
이번에 제출된 예산수정교서에 의하면 70 회계연도의 예산규모는 세입 1천9백87억불, 세출 1천9백29억불로 당초의 「존슨」 예산보다 세출부문에서 24억불이 삭감된 것이며 과소책정되었던 세출조정분까지를 합치면 실제삭감액은 40억불에 달한다. 이러한 대폭적 세출 삭감은 「닉슨」 정권이 「인플레」수습을 경제정책의 우선적 과제로 삼고 그 방면으로 전통적 재정·금융정책을 채택한 결과이다.
따라서 「닉슨」 예산의 세출규모증가율은 5%로 낮아져 34억불의 흑자를 예상, 세출증가율을 6·1%로 잡았던 「존슨」의 경계적 중립형 예산에 비해 적극적 「인플레」 억제형암을 나타내주고 있다. 물론 세출삭감항목의 명세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어 「닉슨」의 재정방침이 그대로 실현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인플레억제 곤란>
또한 최초의 경제지표를 보면 「인플레」의 압력은 여전히 거세다. 뿐만 아니라 미국경제의 「인플레」화는 재정흑자·금융긴축 등의 정통적 정책만으로 전면공격을 가해 해결될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동시에 이러한 정책이 거듭되면 과잉억제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되고 있다. 투자면세조처의 철폐 및 「가이드·라인」 정책 등의 측면공격이나 월남전쟁·도시문제·인종문제·세대「갭」·미국전체의 병근에 대한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닉슨」 정권의 이른바 『불황 없는 「인플레」 억제』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금리강세와 그늘>
58억불의 재정흑자확보는 세출삭감내용에 따라서는 도시문제 등 국내문제해결을 앞으로 미루고 인플레 억제책에 뒤따르는 마찰현상에 박차를 가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 대책은 곧 국제수지대책인 만큼 이러한 세출삭감계획은 이미 공평의 이름 밑에 기타선진국에 대외원조부담을 전가하려는 움직임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한편 흑자재정균형정책에서 출발한 국제수지대책의 일환으로 단행된 은행의 재할율 인상은 「유로·달러」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재할율 인상이후의 「유로·달러」 금리는 약간 부동적이면서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전반의 이렇듯 어두운 그늘은 또 다른 의미에서 「유로」시장이 일종의 전환점에 섰음을 암시한다.

<「유로」시장 정체>
즉 각국의 통화당국은 고금리에 대한 방파제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유로」화의 규제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시장탄생 이후 처음으로 공공연한 시장개입에 나섰다. 따라서 최근에 미국 「포드·인터내셔널」에 의한 「유로」 시장기채(전환사채발뱅) 계획이 돌연 중지된 것은 「유로」 시장활동이 광범위하게 정체상태에 빠져 들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미 이태리중앙은행은 민간 금융기관의 「유로」채 인수를 규제하고 있으며 서독 자본시장위원회는 공·사채시장폐쇄 및 「마르크」 표시기채중지조처를 취하기로 결정했고 「프랑스」의 외환관리 강화도 「유로」 시장과 「프랑스」 금융시장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시장자금량 고갈>
이렇게 보면 지금의 「유로」 시장은 미국의 고금리와 시장자금량 고갈이라는 「더블·펀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즉 미국 안에서 『다같이 전진하기 위해』 채택된 해외철수작전은 「닉슨」 정권이 직면하는 고민을 말해주는 것이지만, 이것이 미국 안에서 『다같이 전진』하고 나아가 국제경제발전에까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라고 지적 되고 있다. <박동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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