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은 이런 정부를 바란다] 下."행정首都 이전 시간 갖고 천천히" 5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가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현실성 없는 공약을 철회할 경우 내용을 가려 수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EAI(동아시아 연구원.원장 金炳局 고려대 교수)의 여론조사 결과다.

조사에서 국민의 85.2%는 실현 가능성이 작은 대선 공약이 '있다'고 응답했다.'전혀 없다'고 한 사람은 0.7%에 불과했다.

또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공약을 철회하는 데 대한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적극 동의'(18.3%)와 '내용에 따라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58.8%) 등 77.1%가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전통적 여론 주도층에서는 86.1%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진보 성향(82.6%), 민주당 지지자(83.0%), 대선에서의 盧후보 지지자(82.5%) 그룹에서 공약 철회에 대한 동의 비율이 높았다. 비현실적인 공약에 매달릴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예산 구조상 대통령의 의지로 쓸 수 있는 예산은 전체의 10%를 조금 넘을 뿐이다. 올해의 경우는 11조원에 불과하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약에 집착하다가는 국정을 그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약 철회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감세'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직후인 1993년 2월 15일 라디오 방송 연설을 통해 "막대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미 이병완(李炳浣)기획조정 분과 간사를 팀장으로 한 태스크 포스팀에서 대선 공약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 판단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盧당선자가 취임 후 직접 국민설득에 나설지 주목된다.

국민은 대선 공약 중 특히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졸속 접근을 경계했다. 절반(50.1%)이 이번 조사에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작은 공약으로 꼽은 것이다.

또 '필요하지만 시간을 갖고 천천히 실시해야 한다'(51.5%)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가급적 빨리 시작'(11.3%)보다는 '문제가 많으므로 대폭 수정'(22.8%), '불필요하며 실시돼서는 안된다'(14.3%)의 비율이 높았다. 전통적 여론 주도층의 의견도 비슷했다.

대체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친 뒤 추진하자는 의견인 셈이다.

경희대 김민전(金民甸.정치학)교수는 "대통령 후보의 선거 공약은 주로 자신의 지지 기반을 대상으로 하지만 당선 이후의 국정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며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필요할 경우 공약을 철회하는 데 국민이 동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金교수는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예산의 범위를 넘어서 쏟아낸 공약의 철회 여부와 우선 순위를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정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정치부 이하경 차장.신용호 기자, 여론조사팀 안부근 전문위원.이주한 연구원

EAI측 참여교수=김병국.이내영(고려대.정치학).강원택(숭실대.정치학).김민전(경희대.정치학).송치영(국민대.경제학)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