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全씨 추징금' 추적팀 만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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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천억원에 가까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체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서울지검이 법원에 재산명시 신청을 냈다. 全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추징금 2천2백5억원이 확정됐으나 14.3%인 3백14억여원만 집행된 상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비리 관련 전직 대통령의 체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추적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전직 대통령이 재직 중 천문학적 규모의 비리를 저질러 형사 처벌됐다는 것도 나라의 수치지만 확정판결된 추징금을 안낸다는 것은 법치국가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이 全전 대통령은 후임 노태우 전 대통령과 대를 이어 부정부패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컸다. 그런데도 全전 대통령은 추징금에 대해서는 '배째라'식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비난과 분노를 자초하는 모습이다.

全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내는 것은 국민된 기본 도리다. 특히 아직 은닉 재산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여론이고 국민적 의구심이다. 많은 액수의 사용처가 불분명했던 데다 재직 당시의 각료나 측근 인사들과 어울리는 최근 그의 행적으로 미루어 의문이 많기 때문이다.

추징금 미납에는 검찰 책임도 있다. 우선 수사과정에서 비자금 행방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완벽한 수사로 자금 사용처와 은닉 여부까지 철저히 규명했어야 옳았다.

아울러 정부의 의지도 의심스럽다. 그동안 무기명 채권.현금 자산.벤츠 승용차와 콘도 회원권 경매 등을 통해 3백14억여원을 집행했지만 너무 미미한 액수다.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면 훨씬 많이 추징됐을 것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환수는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자진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별도 추적팀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통령을 지냈어도 국가 형벌권을 외면한다면 더이상 국가 지도자로서 예우받을 수 없다는 점을 깨우쳐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