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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미래] 수소(H2)에너지 생활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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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노트북 PC에는 배터리 전원이 떨어졌을 때 전원코드를 꽂는 곳이 없다.

이 노트북은 대신 뒷부분에 알코올의 일종인 메탄올을 넣게 돼 있다. 그러면 메탄올이 반응과정을 거쳐 전기가 나온다. 이른바 '연료전지'라는 것.

기술원 장혁 박사는 "메탄올 한 숟가락 정도(15㏄)만 넣으면 기존의 충전식 배터리보다 10배를 더 버티는 휴대전화용 연료전지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메탄올 한방울로 대략 한시간 이상 연속 통화가 가능한 셈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구석의 허름한 연료전지 연구실 한쪽에는 높이 2m 가량의 구식 대형 에어컨같은 기계가 있다. 지난해 자체 개발한 5㎾급 연료전지다.

5㎾면 웬만한 가정의 조명과 전기기구 작동을 충분히 감당할 용량. 보통 가정에 공급되는 도시가스로부터 수소를 뽑아 전기를 내는 방식이다.

개발자인 김창수 박사가 작동 스위치를 누르자 컴퓨터의 냉각팬이 돌아가는 정도의 작은 소리가 나며 수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40분이 지나자 연결된 조명기구에 불이 들어왔다.

김박사는 "2년 뒤에는 스위치를 켜면 곧바로 전기가 나오고 난방까지 할 수 있는 연료전지가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발전기에서부터 자동차, 각종 휴대용 전자기기까지 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곳에 쓸 수 있는 연료전지들이 속속 선을 보이며 기존의 화석 연료와 충전식 배터리 등을 대체할 태세다.

국내에서도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7백기압까지 올릴 수 있는 초고압 수소저장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작은 공간에 수소를 잔뜩 담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임태원 박사는 "이 기술이 예정대로 내년 1월 완성되면 72ℓ 탱크에 수소 3㎏을 담고 3백20㎞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께면 연료전지 자동차가 널리 보급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주유소 같은 곳은 자동차뿐 아니라 노트북PC 등 각종 전자기기의 연료전지에 수소나 메탄올을 채워 넣는 곳으로 변모하게 된다.

또한 가정에서 연료전지로 발전해 쓰다가 남는 전기를 전력 회사에 되팔 수 있어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김창수 박사는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연료전지의 경우,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화력발전소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태양열을 모아 물에서 수소를 만드는 시스템이 개발되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전혀 내지 않는 연료전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료전지 상용화의 걸림돌은 경제성. 1㎾의 전기를 만들어내는데 1천5백달러(약 1백60만원)선이 돼야 지금의 전기 회사와 경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가정용 연료전지와 관련한 세계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캐나다의 밸러드사는 1㎾급 연료전지를 4천만원 정도에 팔고 있다.

장혁 박사는 "특히 노트북PC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은 통신속도가 빨라지고 기능이 다양해지면 배터리로 공급할 수 있는 전기용량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휴대용 연료전지 말고는 대안이 없어 연료전지가 시장을 장악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심재우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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