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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4 정상회담 손익계산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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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논란이 일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2011년 사망) 국방위원장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는 합의문에 어떻게 담겼을까. 10·4 선언으로 따져보면 노 전 대통령이 의지를 보인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등 경협 프로젝트가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비쳐진다. 한강 하구 이용과 개성공단·철도연결·조선협력 등 사업 항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산상봉과 백두산 관광, 2008 베이징 올림픽 남북 공동응원단의 북한 경유 철로 이용 등도 합의됐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노 전 대통령은 귀환 보고회에서 “공동선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시면 ‘정말 묵직한 보따리구나’ 이렇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속은 김 위원장이 챙겼다는 평가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공동어로구역 문제를 담았고 6·15 공동선언(2000년) 발표일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는 문제도 관철했다. “빈 종이, 빈 선전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정상회담 합의문 채택을 꺼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챙길 건 다 챙겼다는 것이다. 북한은 당시 6·15 합의를 근거로 이달 초 남북 당국회담 제안 과정에서도 6·15 공동행사를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김정일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까지 회담장에 불러들여 북·미 관계와 6자회담 등을 집중 논의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반미 성향 발언에 고무된 듯 부시 행정부와의 평화협정 체결 문제 등에 한국이 힘을 보태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합의문에 종전선언 관련 협력과 3자(남북한과 미국) 혹은 4자(3자+중국) 정상의 종전선언 추진 문제가 담겼다. 북한 비핵화는 명시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이 제시했던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국군 유해발굴 송환 등과 베이징 올림픽 남북단일팀 파견 등은 10·4선언에 담지 못했다. 경협 강화의 일환으로 노 전 대통령이 요구한 해주 기계·중화학 공업특구 설치는 두루뭉술하게 결론 났다.

 ◆“노 대통령 발언 부적절”=정상회담 회의록에 나타난 노 전 대통령의 서해 NLL 등 발언에 대해 전문가의 73%는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국가정보원의 회의록 공개와 관련, 70%가 “잘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의 한선조사센터가 25~26일 전국 대학교수·박사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e메일 여론조사에서다. 응답자 53명 중 39명인 73.6%가 “해서는 안 될 발언”이라고 답했고, 13명(24.5%)은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앞서 17~24일 123명을 대상으로 한 남북 당국회담 결렬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차라리 잘된 것이다”가 54%, “잘못된 것이다”란 응답이 38%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문제 대처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는 응답자의 71%가 신뢰(“대단히 신뢰한다” 23%, “대체로 신뢰한다” 48%)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의견은 “대체로 불신한다” 4%, “전혀 신뢰하지 못한다” 2%였다. 조영기(고려대 교수) 한선재단 통일연구소장은 “국민이 이제는 북한에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게 이번 전문가 조사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수·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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