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2007년 국회서 "NLL 거론 없었다" 위증한 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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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 뒤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보인다. 김 실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부 장관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발언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당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거짓 보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인 그해 10월 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 보고를 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당시 속기록 중 일부를 옮기면 이렇다.

 ▶이해봉 의원=“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NLL에 대해서는 뚜렷한 합의 내용도 없고 설명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이 장관=“서해에 평화를 이룩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이 계획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이 의원=“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서 NLL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이 장관=“예, 거론한 바가 없습니다.”

 ▶최성 의원=“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가 일절 거론조차 안 됐습니까, 우리의 입장을 고수한 겁니까.”

 ▶이 장관=“거론한 바가 없습니다.”

 ▶최 의원=“김정일 위원장도?”

 ▶이 장관=“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회담 대화록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은 바꿔야 한다”는 등 NLL을 직접 언급한 것만 일곱 차례다. 김 위원장도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는가”라는 말을 하는 등 두 정상은 장시간에 걸쳐 NLL 관련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이재정 전 장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대선 때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NLL을 부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폭로한 뒤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오후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정 의원이 주장한 ‘여러 가지 허위 사실’을 언급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본지는 25일 이 전 장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남북 당국자들의 태도도 달랐다. 김 전 위원장과 함께 회담장에 나온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모두 24차례 발언했다. 두 정상 간의 대화에 끼어드는 모습이 수차례 보였다. 이를테면 노 전 대통령이 “위원장님과 함께 아리랑 공연을 볼 수 있으면 한다”고 하자 “장군님께서 일정이 바쁘시기 때문에…”라며 자르고, “오후 일정을 좀 잡아주십사 말씀드린다”고 하자 “오후 일정은 식수(植樹) 있고 그 다음에 3대 혁명 전시관 중공업관 참관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저녁에 집단체조하고…”라며 말을 끊는 장면 등이 그렇다.

 반면 우리 측 배석자였던 이 전 장관은 “(김정일) 위원장님의 결단에 따라서는 세계에 평화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절대적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라거나 “위원장님께서 앞으로 철길도 열어주시고 땅 길도 열고, 하늘도 이젠 정기 항로를 좀 만들어서…”라는 등 예우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김용현(북한학) 교수는 “큰 틀에선 김 위원장이 컨트롤하지만 껄끄러운 부분은 비서실장 격인 김 부장을 내세워 대화 국면을 주도하려는 북측의 협상 전략이 작용한 것”이라며 “우리의 경우 대통령이 주도하고 주변 인사들이 이를 지원하는 평소 형태 그대로였다”고 분석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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