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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사회적 지위|오갑환교수의 통계적 접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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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의 문인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을까. 어떤 계층의 출신이며 어떤성장과정을 거쳐 사회·경제적으로는 어떤 지위를 점하고 있을까. 서울대 신문대학원 사회학교수 오갑환씨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에대한 사회학적 조사를 실시, 그 구체적인 윤곽을 그려내었다. 그는 5백여명의 문인 가운데 현역 소설가(51명), 신인(43명), 평론가(14명), 희곡작가(5명)등 1백13명을「대표적 작가」로 선정해 일일이 면접 조사함으로써 통계적 숫자를제시하고 있다. 오교수 는이 내용을 논문으로 작성, 오는 11∼13일 온양에서 열리는「펜·클럽」주최『한국작가의 사회적 지위』란「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의 작가들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현실이 불균형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생활수준을보면 많은 수가 중상층에 속하고 그보다 약간 적은 수의 작가들이 중하층에 속한다. 결코 한국사회의 하류에도 상류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층이다.
그러나 작가들은 자신은 중상보다 중하층에 속한다도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들의 대부분은 자기부친대에 비하여 경제적 형편이 못해 졌거나 그만하다고 믿고 있다.

<농민의 자손많아>
과거 전통사회의 문인들이 양반 유한층이었옴에 비추어, 오늘날엔 농촌의 지주나 자영농민 및 상공업자의 후예가 대부분이다. 관리·전문직, 혹은 노동자계급의 출신은 소수뿐이다. 그들의 근 70%가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라났고, 반수이상이 중등교육이상을 받은 부모밑에서 성장한 만큼 그들의 경제적 수준이 낮지 않음을 말한다. 그들은 또 농촌에서 많이 태어났지만 소년시절의 대부분을 도시에서 보냈다.
작가들은 가정의 생계비를 거의가 자신의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대개 3∼6만원의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다. 3만원미만이 소수인데 비해 10만원 이상의 지출자가 전체의 5분의1이나 되며 15만원 이상 지출하는 작가도 있다.
그러나 작품을 써서 얻는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는 몇안되고 대부분 작가들이 다른 직업에 종사한다. 대학교수가 40%, 신문·잡지사의 근무자가 20%정도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주된 수입을 얻는 문인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원고료수입. 인세를 주수입으로 삼는 문인은 극소수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소설가의 경우는 원고료나 인세수입에 대한 의존도가높은 반면시인들은 직장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인의 수입낮고>
작품활동으로 얻는 수입액은 월1천원에서 최고 20만원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1만원 미만이 약3분의1, 5만원미만이 2분의1. 나머지는 5만원 이상인데 20만원 이상의 수입자도 몇 있다. 고액수입은 소설가 및 평론가에 있으며 시인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한국작가들은 한국사회의 계층구조에 있어 독특한 위치에 있으며 중간계급에 속하는 전문직임에도 다른 전문직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은 편이다. 이것은 대학교수와 비슷한 형편이다.
다른 전문직 - 의사나 변호사에서 그같은 수를 선정해 비교한다면 투자한 교육에 비추어 물질적 보상이 적다는 지위상의 불균형 상태에 있는 것이다.

<긍지에 좌절감도>
뿐만아니라 그들 스스로 작가임을 만족스럽게 여기며 긍지를 갖고 있음에 비하여 사회적대우는 높지않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또 사회적 영향력도 그리 크지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단적으로 지위의 불균형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 상태에 있을 경우 그개인은 좌절감을 느끼기 마련이며 그좌절감은 행동상의 독특한 경향을 불러 일으킨다. 그들의 일상행동 및 창작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앞으로 연구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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