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새 가정의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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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독교도나 불교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가정의례의 대종을 이루는것은 유교의식이라고 하겠다.
이와같은 유교의식은 약8백년전 중국 송나라의 주자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자는 지금부터 약 3천년전의 주나라때부터 내려온 의례를 정리하여 가례(가례)를 편찬했는데, 그것은 그 실천보다도 옛날에 이러한 예절이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려는 의도였었다. 이러한 「주자가례」가 우리나라에 뿌리박기 시작한 것은 고려말엽이 된다. 당시는 상제(상제)가 상당히 문란했는데 이색과 정몽주 두 학자가 중국에서 주자학을 도입하고 이색이 공민왕에게 3년상을 건의했으며 정몽주가 3년상을 행하니 왕은 이를 표창하고 주자가례에 따르도록 명령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양반계급을 제외하고는 별로 실효를 거두지못했다. 이와같은 풍조는 이씨조선에도 계승되었으며 이율곡, 김장생등 몇 학자의 예서(예서)가 있었고 약3백년전의 이재가 주자가례와 그동안의 예서, 고례(고례)등을 정리하여 「사례편람」(사례편람)을 편찬하였다. 현재 우리가 행하고 있는 유교식 의례는 주자가례에 근원을 둔「사례편람」이 기준이되어 전승되어왔었던 것이다.
오늘의 문제는 바로 3천년전의 예절을 기록한 주자가례와, 삼백년전의 「사례편람」을 지금까지 답습하려는데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않은가? 옛날에는 낭만적인 시인의 대상이 되었던 달을 우주인이 돌아온 과학시대에 아무 반성과 검토없이 단지 조상의 유풍이란 점만을 가지고 타인의 이목이 두려워 종래의 구습을 되풀이하는 현상이 과연 타당하다 할수있을까?
나는 물론 정부가 이번에 선포한 가정의례가 완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종래의 의례보다는 새로운 의례가 현대생활에 보다 적합하다고 확신한다. 새로운 가정의례가 부분적으로 불만족할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당신은 사례편람에 있는 그대로를 완전하게 실천할수 있겠는가?』고. 우리가 의례를 행함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정신이 중요하지 부분적인 절차나 형식은 지엽적인 것에 틀림이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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