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정상회담 회의록 논란, 국익이 최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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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국가정보원은 어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과 8쪽 분량의 발췌본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전달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수령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거부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동향과 추이를 보면서 판단하겠다”며 발췌본만 공개했다. 지난주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본 거다.

 우리는 남북 정상 간 회의록 공개가 국익에 손해를 입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국가 정상 간 대화가 당대에 공개된 전례가 없고, 공개된다면 어느 대통령도 솔직한 기록을 남기기 어렵다란 이유에서다. 또 회의록이 공개되더라도 유리한 부분만 부각해 공방을 벌일 것이란 우려도 했었다.

 국가정보원은 그러나 어제 “ 회담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됨을 깊이 우려했다”며 회의록 공개를 결정했다. 국정원의 주장과 달리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야당에선 “국정원의 쿠데타”란 목소리가 나온다. 승복과 공감 대신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을 분위기다.

 국정원을 바로 세우겠다는 새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정치 갈등의 진앙지가 되고 있기도 하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덮기 위해 나섰다는 의혹 말이다.

 박근혜 정권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결정이 바로 이번 회의록 공개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을 두곤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되어 있다”고 했다.

 일본인 납치 문제를 두곤 “아무튼 (북한을) 못 믿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라고 했다. 미국을 향해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 ”이라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임기를 마치고 난 다음에 (김정일) 위원장께 꼭 와서 뵙자는 소리는 못하지만 평양 좀 자주 들락날락할 수 있게 좀…특별한 대접은 안 받아도…” “내가 받은 보고서인데 위원장이 심심할 때 보도록 드리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한 것으로 돼 있다.

 평소 “웃통 벗고 이야기하는 식의 언어”(고은)를 구사한다고 해서 비판을 받았던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앞에서도 대통령으로서 품격을 보이지 못했다는 게 개탄스럽다. 국익과 거리가 있는 듯한 발언들도 유감이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맥락을 봐야 할 대목도 있을 거다. 정상회담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협상이니 때론 치켜세우는 말도 있을 게다. 따라서 차분해져야 한다. 여야 모두 한발 물러나 지금이라도 국익에 덜 해가 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진정 판도라 상자를 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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