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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상해(上海)와 영파(寧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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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에 갈 기회가 생기면 영파(寧波)도 찾아 가 본다. 절강성의 영파는 항주만 입구로 예부터 교통의 요지로 천태산(天台山)을 드나드는 불교 순례자가 반드시 거치는 곳이었다. 영파는 당(唐)대에는 명주(明州)라는 이름을 갖을 정도로 큰 도시였고 청(淸)대에 와서 영파로 고쳐 부르면서 이름 그대로 바다를 다스리는 수군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영파는 상해에 비해 발전이 늦었다.

사실 상해와 영파는 아편전쟁 후 영국이 청국과 맺은 남경조약(1842)으로 동시에 개방된 항구이다. 영파는 양자강에 가까운 주산(舟山)열도를 탐을 낸 영국정부의 관심을 끌었으나 영국의 아편 상인들이 본국정부의 의도를 무시하고 마카오와 가까운 홍콩 섬을 선호하여 영파의 매력도 잃게 된다.

그러나 영파의 발전은 해상대교로 세계 최장의 항주대교(36km)가 건설되면서 달라졌다. 항주만을 돌아야하는 육로가 성큼 단축되었다. 항주대교는 망망대해에 뻗어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꿈의 다리이다. 누구나 한번은 건너 가 보고 싶게 하는 유혹의 다리이기도 하다. 중간지점에 전망대와 휴게시설도 갖추고 있다.

상해가 발전된 것은 영국인이 조계지(租界地)를 만들면서부터이다. 영국이 1850년대 오송강(지금의 소주하)과 황포강이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조계지를 만들었다. 이곳은 두 강이 만나는 곳으로 현지인들은 호( )라는 대나무 어구(漁具)를 이용 물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이곳을 현지인들은 상해포(上海浦)라고 불렀다. 상해의 간칭을 호( )라고 하는 것도 오리지날 상해와 관련된다.

상해는 강의 상류 즉 상강(上江)라는 뜻이 있다. 중국어에서 해(海)는 강 또는 호수의 의미로 혼용되어 왔다가 바다(sea)의 의미로 쓰인 것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다. 상해가 있으면 하해(下海)가 있게 마련인데 하해는 황포강의 하류로 바다 쪽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하해묘(下海廟)가 지금도 남아 상해의 불교 명승지가 되어 있다.

영국인이 들어오기 전에는 황포강보다 오송강이 넓고 물동량이 많았다. 오송강은 태호가 발원지인데 태호에 가까운 오강(吳江)과 상해에 가까운 송강(淞江)의 두지역의 강이 합쳐 만들어진 이름이다. 영국인들은 소주에서 시작하는 강이라 하여 소주하 (Suzhou creek)라고 불렀다. 영국인이 들어오기 전에는 소주나 태호에서 바다로 나가는 무역선은 모두 오송강의 물길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오송강이 강다운 강(river)이라면 황포강은 샛강(creek)이였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큰 배가 바다에서 양자강 하구를 거쳐 황포강연안의 조계지까지 바로 들어 올 수 있도록 황포강을 준설을 하고 강폭을 키웠다. 지금 오송강과 황포강을 비교하면 그 위치가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황포강의 서쪽(황포구)이 과거 조계시절 상해의 영광이라면 동쪽인 포동은 100층 높이의 고층 건물 군을 거느리는 현대 중국의 미래를 보여 준다. 황포가 오송의 지위를 빼앗은 셈(黃浦奪淞)이다.

영국이 조계지를 만든 후 프랑스도 인근에 조계지 건설하여 그 후 미국과 함께 홍구의 남쪽과 황포강 상류를 끼고 프랑스조계와 영미공동 국제조계를 만들었다. 영국인들은 제방을 만들고 배가 닿을 수 있도록 부두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을 인도식 영어인 반드(the Bund)라고 부르고 중국인들은 외국인의 강변(河岸)이라는 의미의 외탄(外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은 홍구(虹口)에 일본인 거주지를 만든다. 한 때 10만명의 일본인이 홍구에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노신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홍구공원은 일본인 거주지내의 공원으로 1932년 윤봉길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일본 천황의 천장절 행사도 홍구공원에서 거행되었다. 한국인들의 뜻을 모아 윤봉길의사의 호 매헌(梅軒)을 따서 지은 기념관도 홍구공원 지금의 노신공원 안에 있다. 노신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중국의 대문호 노신(魯迅)이 살던 집이 홍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유학 경험으로 일본어가 유창한 노신이 우치야마(內山完造)라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서점에 드나들면서 두 사람의 중일(中日) 우정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우리들이 자주 이용하는 홍교(虹橋)국제공항과 고속열차(CRH)를 탈 수 있는 홍교역은 상해시 중심에서 떨어진 서쪽교외(西郊)로 황포강 연안의 홍구(虹口)와 명칭이 비슷하여 가끔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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