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G8 정상들도 우려하는 탈북자 인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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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의 인권 문제를 처음 거론했다. G8 정상들은 그제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마치면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우를 포함하는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책임 있게 다룰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세계적 이슈를 다루는 G8 정상회의에서 탈북자 송환 문제가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의 안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탈북자 북송은 특정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인식도 작용했다고 본다.

 북송된 탈북자들의 비인도적 참상은 수많은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 북송된 9명의 청소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 일시적으로 특별대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는 교화소 등에서 온갖 고문과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상의 정치·경제적 난민이라 할 수 있는 탈북자들을 잔혹하게 처벌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유린이고 인권 침해다. 북한 당국은 G8 정상들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 북송된 탈북자들에 대한 인도적 처우를 보장하기 바란다.

 탈북자 강제 송환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국제법과 국내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자를 처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국익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국경을 넘어온 탈북자가 공안에 적발되면 중국은 북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탈북자가 쏟아져 들어올 경우 변경 지역과 북한 정권의 안정이 위협받고, 이는 중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판단이다. 중국의 난처한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개별 국가의 이익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우선할 순 없는 노릇이다.

 다음 주 방중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탈북자 강제 송환의 반(反)인권적 부당성을 지적하고,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탈북자 처리 문제는 중국이 진정한 대국(大國)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