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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장의 졸업장 주인은 저세상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1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한림 주부 중.실업고등학교 졸업식은 주인없는 두 장의 졸업장으로 숙연했다.

재학 중 숨진 조재연(57)씨와 허춘자(50)씨의 명예졸업장.

유가족들이 대신 받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趙씨는 지지난해 난소암으로, 許씨는 지난해 간암으로 만학(晩學)의 꿈을 접었다.

두 사람은 1997년 이 학교 중학교 과정에 함께 입학해 '대학에 같이 들어가자'고 약속한 사이였다.

고교 과정에 진학한 2000년 먼저 趙씨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됐다. 처음엔 정릉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를 세 번 갈아타며 통학한 피로 탓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6월 암 판정을 받았다.

그해 가을 수술 때문에 잠시 학교를 쉰 趙씨는 이듬해 학교로 돌아왔다.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져 가발을 썼지만 수업을 빼먹지는 않았다.

2001년 1학기 성적은 한 과목만 빼고 모두 '수'. 2학기에 병세가 재발해 거동조차 힘들었지만 중간.기말고사도 다 치렀다. 그러나 결국 겨울방학 중인 12월 눈을 감았다.

許씨도 지난해 3월 급성 간암 판정을 받고 두 달만에 세상을 떠났다. 급우 조운행(63)씨는 "許씨는 병상에서도 입버릇처럼 '빨리 완쾌해 학교에 가야하는데'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許씨의 남편 유모씨는 "아내 생각이 날까봐" 이날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비록 명예졸업장이지만 아내의 영전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학교에서는 만학 주부 1천4백여명이 졸업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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