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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성폭행도 강간죄 … 아동음란물 제작 최고 무기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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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4일(현지시간) 영국에서는 동성애자로 알려진 니겔 에반스 영국 하원 부의장이 20대 남성 2명을 강간한 혐의로 체포됐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해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었다. 형법상 강간죄의 대상이 ‘부녀’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성범죄 관련 6개 법률 150여 개 조항을 전면 손질한 개정안이 19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안들은 성범죄 친고죄 폐지나 남성 강간 외에도 그동안 사회적으로 지적돼 온 성범죄 관련 논의를 광범위하게 반영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강간’에 해당하지 않아 ‘강제추행’으로 모호하게 처벌하던 남성이나 트랜스젠더 대상 성범죄 처벌 규정을 명확히 세분화한 점이다. 강간 범죄의 대상을 기존 ‘부녀’에서 ‘사람’으로 넓혀 앞으로는 남성을 강간한 경우에도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를 성폭행하거나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해도 강간죄로 인정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등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남성들도 성폭력 범죄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은 이미 성범죄의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갈수록 다양한 양상을 띠는 성범죄를 효과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유사강간죄’도 신설됐다. 성기 대신 구강·항문 등을 이용한 성범죄를 별도 범죄로 규정하고 기존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강제로 구강성교를 한 범죄자는 강제추행죄로 처벌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했다. 하지만 이제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 처벌한다.

 친척에 의한 성폭행 처벌 수위도 높였다. 대다수의 성범죄가 지인이나 이웃, 동거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개정안은 친족의 범위에 동거 개념을 포함시켰다. 기존에는 ‘4촌 이내의 혈족이나 인척’만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가해자가 ‘동거하는 8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하면 단순 강간죄(3년 이상 징역)가 아닌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7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한다.

 조두순·김수철·김점덕 사건 등 사회적 공분을 유발했던 아동 대상 성범죄도 더 엄하게 다스리기로 했다. 앞으로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강간죄를 저지르거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수입·수출한 경우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는다.

 일명 ‘로리타물’로 불리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단순 소지한 경우 기존엔 2000만원 이하 벌금형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1년 이하의 징역형도 내릴 수 있게 했다.

 ◆예방 및 재범 관리, 피해자 사후 지원도 확대=그동안 피해자 연령(19세)을 기준으로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로 분산돼 있던 성범죄자 신상정보 관리도 통합된다. 피해자 연령에 상관없이 정보 등록·관리는 법무부가, 공개·고지는 여성가족부로 일원화된다. 미성년자도 성인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실명인증만 거치면 열람할 수 있게 됐다.

 신상정보 관리기간은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 또 범죄자의 정보 제출기한을 절반으로 줄여(법원 선고 후 60일→30일) 정보 공백기간을 최소화했다. 공개 대상 범죄는 제도 시행 3년 전(2008년 4월 16일 이후)까지 소급 적용된다. 성범죄자 본인이 임의 제출하던 공개 사진은 이제 접수기관이 고화질로 직접 찍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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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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