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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60년」의 정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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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문학60년을 기념하는 전국문학인대회가 지난20일 교육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한국문학사상 처음 있는 이 모임에는 현역문인들 4백여명이 모여「신문학60년의 총정리와 앞으로의 진로」「현대세계와 문학의 과제」등 주제에 관한 강연을 들었고 지방에서 참석한 문인들로부터 지방문단현황에 관한 보고를 들었다.
그러나 신문학 60년의 총정리라는 커다란 사명에 비추어 이날의 모임이 형식에 그쳤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첫째 이날 주제발표자의 수는 첫 주제에 서정주씨 등 4명, 두번째 주제에 박목월씨등 6명, 지방문단현황보고에 신석정씨등 9명으로 모두 19명이었는데 추어진 7시간에 모든 발표를 끝내야 하는 무리 때문에 강연의 실을 잃은 것 같았고 또 공동토론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를테면 신소설 60년의 총정리와 앞으로의 진로를 이야기하는데 12분이 할당되고 지방문단현황을 이야기하는데 8분이 주이지는 무리가 빚어진 것이다. 여기다가 또 대부분의 주제발표자가 원로급의 문인들이어서 문제성 지적에 새로운 것이 없었고 그나마 주관적인 문학사의 강의 비슷한 이야기로 일관하고 말았다.
한국문단의 기대는 이미 작품활동의 한계를 보인 원로보다 실험과 탐색으로 새로운 지평선을 모색하고 있는 신인측에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신문학60년의 총정리와 진로설정을 의한 중요한 모임에서 신인에게 전혀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대 대해 일부에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지방문단현황보고에 나선 지방문인들은 지방문단이 서울문단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있는데 대하여 신랄한 불평을 폈다. 전북출신의 신석정씨는 50명의 전북문인 중 1년에 서울에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는 5명정도 밖에 얻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지방문인들의 작품을 문단에 반영시킬 보장이 없는 한 지방문단의 발전은 가망 없다고 했다.
또 경남대표 김정한씨는 서울작가들도『다방「레지」의 각선미 따위만 쓰지 말고』 쇠똥냄새 나는 농촌을 소재로 쓰면 보다 독자들과 친밀해질 수 있지 않겠는가 라고 말했다.
전국문인대회는 60년을 맞이한 한국신문학은 ①전통과 주체성의 확립에 대한 충분한 기반을 닦지 못했고 ②내일의 한국문학은 주체성의 확립과 새로운 세계의식의 파악으로 전개되어야할 것이며 ③창작의 자유 및 문학사적 자료연구에 대한 자유가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한다. ④저속한 풍조를 배격한다. ⑤문학인의 지위향상과 권익의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결정서를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장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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