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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바둑은 행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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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1국>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5보(55~66)=바둑 동네에선 일상에서도 ‘행마’라는 단어를 자주 씁니다. 이성 교제나 결혼에 대해서도 “행마가 빠르다”거나 “행마가 정체불명이다”라고 말합니다.

바둑 세상에선 두텁게 두든 엷게 두든, 마늘모든 한 칸이든 그 모든 게 행마이다 보니 행마라는 단어가 입에 붙은 거죠.

 바둑의 중반전은 전투적 행마가 주류를 이룹니다. 특히 이 판처럼 미생마들이 얽혀 있을 때는 중앙에서 공방전이 오가게 되는데 이때의 행마는 단 한 수로 승부를 결정지을 정도로 예민해 집니다. 55로 들여다보자 56으로 비켰는데요. 여기서 ‘참고도1’ 백1로 이었다가는 흑2의 끼움 한 방으로 석 점이 잡힙니다. 이 돌은 요석이라 잡히면 큰일이죠. 즉시 승부가 끝날 정도로 타격이 큽니다.

 57 뚫고 58 젖혔을 때 구리 9단은 59로 물러서고 있습니다. ‘참고도2’ 흑1로 나가면(눈 감고 나가고 싶은 자리입니다만) 백2~8까지 흑은 졸지에 토막이 나고 맙니다. A의 절단까지 있어 흑이 너무 엷지요. 그래서 물러섰던 겁니다. 행마는 이처럼 자유로우면서도 신축성이 좋아야 합니다. 55, 57로 날카롭게 찌르다가 59로 살짝 물러서기까지 구리는 오늘 강온의 조화가 부드럽습니다.

 전체적으로 흑의 강세가 느껴지는 중앙전이지만 이세돌 9단은 험한 파도를 능란하게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62는 흑B의 수비를 강요한 수인데요. 구리가 다시 공격으로 나올 기미군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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