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던진 강석희 「예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4개의 위촉 신작을 포함한 7개의 곡목을 갖고 서울대 음대 국악과는 지난 6일 국립극장에서 제9회 국악 정기 연주회를 가졌다.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입체적 음향 구도에 주력한 듯한 이성천씨의 「선과 기도」는 악기의 남용, 필연성 없는 악기 편성 등 착상의 규모에 비해 내용이 빈약했다. 그러나 작희 같은 전작에 비하면 자기 기법의 한계를 되찾은 성실성을 띤 작품이라 하겠다.
역시 전통에 바탕을 둔 서우석씨의 「석각」은 어법이 간결해 세련돼 보이나 공간의 예비 음향을 한결같이 강타한 수법은 더 연구해야할 것 같다.
이날 밤 가장 갈채를 받은 것은 강석희씨의 「예불」로 50개의 타악기가 때리는 「리듬」과 인성이 엇갈리는 중간 중간에 가마솥의 탁음이 깃들이는 등 흡사 공간 음악이나 전자 음악 같았다. 물론 이것이 완성품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작곡가는 세계를 꿰뚫는 투지력과 대중에 파고드는 포용력을 갖고 있어 우리 악단에선 드문 문제 작가로 보아 마땅할 것이다. 어쨌든 위촉 신작을 중심으로 마련된 이번 연주회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반성케 한다. 연주자는 작곡가를 얼마만큼 돕고 있으며 작곡가는 연주자에게 떳떳이 작품을 내놓을만한 태세가 갖추고 있는가.
우리는 가난하다. 이의 극복은 오로지 이들이 상부상조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김기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